'걸프 쌍두' 사우디·UAE, 예멘 내전서 충돌…중동평화 새 변수
사우디, UAE의 예멘 분리주의 세력 지원 비판…UAE무기 정박 항구 폭격
수단·시리아 등 곳곳서 대리전 통해 주도권 다툼…"美중동정책에 영향"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30일(현지시간) 예멘에서 철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충돌을 일단 피했다. '걸프의 형제국'으로 불리던 중동의 두 맹주가 역내 주도권을 두고 곳곳에서 대리전을 통해 부딪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사우디 정부는 예멘 무칼라 항구에서 하역된 무기와 전투차량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무기들이 UAE에서 출항한 선박에 실려 있었다며 예멘 분리주의 세력 남부과도위원회(STC)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UAE를 겨냥해 "24시간 이내 예멘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하고 예멘 내 어떠한 세력에 대해서든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에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TC를 지원하던 UAE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도 예멘에 남아있는 잔류 병력을 철수시키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걸프 지역의 두 맹주 사우디와 UAE의 라이벌 구도를 반영하고 있다.
양국은 오랫동안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UAE 대통령은 한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멘 내전에서도 양국은 2015년부터 아랍동맹군을 이끌며 예멘 북부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친이란 후티 반군에 맞서 싸워왔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UAE는 '두 국가 해법'을 요구하며 예멘 통일 후 사라진 남예멘 재건을 추구하는 STC를 지원해 왔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예멘 북서부와 수도 사나를 확고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전을 수습하고 자국이 지지하는 예멘 정부를 중심으로 국경 지역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UAE는 STC와 동맹 관계를 통해 지역 내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해상항로를 확보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특히 STC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은 예멘의 석유 매장량 대부분과 주요 항구가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후티 반군과 적대 관계에 있는 STC는 예멘 정부군과 한때 동맹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예멘 정부와 관계가 악화된 뒤 STC는 반기를 들어 이달 초 사우디와 인접한 하드라마우트와 알마라주를 점령했다. 이에 맞서 사우디가 STC의 군사거점을 공습하면서 분쟁은 UAE와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
미국의 중동지역 안보자문 회사 바샤 리포트의 설립자 무함마드 알바샤는 "현재 예멘 내 UAE와 사우디의 대치는 여러 사안이 얽히며 서서히 타오르던 라이벌 관계가 폭발한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한편 양국은 예멘뿐만 아니라 수단, 시리아 등 지역 곳곳의 갈등 현안에서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
사우디는 수단에서 정부군 SAF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UAE는 수단의 자원과 항구 운영권에 눈독을 들이며 수단의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의 주요 지역 동맹국이도 한 양국의 분열이 미국 중동정책 재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WSJ은 양국 간 갈등을 두고 "이란을 억제하고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압박하려는 미국에 달갑지 않은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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