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바논서 해외 순방 마무리…"평화 요구하는 외침 들으라"

"국제사회, 대화·화해 증진 위해 노력 아끼지 말아야"
야외 미사 15만 운집…정신병원·베이루트 폭발 현장도 찾아

레오 14세 교황이 2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해안에서 약 15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2025.12.02. ⓒ AFP=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2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교황은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AFP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 해안가에서 약 15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야외 미사를 집전하며 "평화에 대한 나의 열망과 함께 진심을 담아 호소한다. 공격과 적대 행위가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24년 11월 레바논과 휴전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이어 왔다. 최근 몇 주간 공격을 강화했으나, 교황 방문 기간에는 공습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여러 차례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랑하는 레바논을 위해 기도한다. 국제사회가 대화와 화해의 과정을 증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뿐만 아니라 전쟁과 폭력이 벌어지는 모든 나라에서 정치적·사회적 권위를 가진 이들에게 호소한다. 평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외침을 들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동은 복수와 폭력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정치적·사회적·종교적 분열을 극복하며, 화해와 평화의 이름으로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의 기독교 신자들을 향해서는 "레반트의 그리스도인들이여, 이 땅의 모든 면에서 시민인 여러분에게 다시 말하니, 용기를 가지시라"며 "전 세계 교회가 애정과 존경을 가지고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다"고 격려했다.

중동 아랍권에서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레바논은 종교 공존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교황은 이후 베이루트 공항에서 출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무기는 치명적이지만 협상·중재·대화는 건설적이다. 우리 모두 평화를 목표로만이 아니라 길로써 선택하자"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레바논 시민들은 물론 인접국인 시리아, 필리핀·스리랑카 등지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미사에 앞서 교황은 수녀들이 운영하는 한 정신병원을 찾았고,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현장에서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지난달 27일부터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차례로 방문하며 첫 해외 순방지로 이슬람 국가들을 택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