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방공망, 레이저로 진화…아이언돔 비용의 '1만분의 1'[영상]

값비싼 아이언돔과 함께 쓸 '아이언빔' 곧 실전 배치…비용 사실상 '0'에 무제한 발사
韓기자단에 쇼케이스룸 첫 공개…기존 방공망과 통합해 악천후시 불능 단점 상쇄

이스라엘의 방산업체 라파엘이 개발한 레이저 요격 시스템 '아이언빔(Iron Beam)'이 연내 이스라엘군에 배치된다. 출처: 이스라엘 국방부

(텔아비브=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레바논 헤즈볼라의 수십만원짜리 단거리 로켓을 이스라엘이 방공망 '아이언돔'으로 요격하면 최소 6000만 원이 든다. 하지만 '아이언빔(Iron Beam)'이면 불과 몇천원이면 된다.

이스라엘이 이란 및 이란 지원 세력인 '저항의 축'과 지난 2년여 간 무력 충돌하는 과정에서 무기 비용의 심각한 비대칭성이 취약점으로 부각됐는데, 곧 실전 배치될 레이저 요격 시스템 아이언빔은 이러한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게임체인저로 기대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라파렐(Rafael)의 레셈연구소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날아온 수천 대의 드론을 비싼 미사일로 막으면 국방 예산이 감당할 수 없고, 요격 미사일은 생산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아이언빔은) 발전기 연료비만 들기 때문에 발사 비용이 사실상 '0'에 가깝고, 무제한 발사가 가능한다"고 설명했다.

레이저는 '빛'이자 '전기'다. 켜면 나가고 끄면 멈춘다. 총알을 장전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비용은 헤즈볼라나 하마스의 싼 미사일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2022년 4월 당시 이스라엘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는 아이언빔의 1회 발사 비용을 3.5달러라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라파엘은 뉴스1 등 한국 기자단에 쇼케이스 룸을 처음 공개했다. 실물 크기의 아이언빔을 비롯해 축소된 아이언돔과 대전차 미사일 스파이크, 해상 원격무장 시스템 타이푼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스라엘 레셈연구소 내 쇼케이스룸에 아이언빔을 비롯해 아이언돔 포대와 대전차 미사일 스파이크 등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출처: 라파엘

아이언빔은 가정용 드럼 세탁기 2개 정도의 크기다. 지난 9월 개발이 완료됐고, 연내 이스라엘군(IDF)에 인도될 예정이다. 몸통 부분이 좌우로 회전하고, 렌즈 부분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적의 비행체를 탐지하고 레이저를 쏴 파괴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이언빔은 4종이 있다. 표준인 아이언빔과 이동식, 해상형, 경량형으로 나뉜다. 아이언빔은 고정식인데 100킬로와트(KW)급에 450mm 렌즈를 장착한다. 사거리는 약 10km이다. 공항과 기지 등 전략 거점 방어에 사용되는데 무인기(UAV)와 박격포, 로켓, 야포, 순항 미사일 등의 위협을 정밀 조준해 몇 초만에 제거할 수 있다.

트럭에 탑재되는 이동식은 국경 지대에서 부대 호위용으로 투입된다. 50KW급으로 중구경 렌즈를 갖췄다. 해상형은 함정에 탑재해 해상용 아이언돔(C-돔)과 함께 운용되고, 경량형은 10KW급으로 경장갑차에 탑재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이번 전쟁 때 처음으로 실전 사용됐다"고 밝혔는데, 이스라엘 매체들은 레바논에서 날아온 헤즈볼라 드론 약 35대를 격추하는 데 사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단점도 존재하다. 폭우시나 짙은 구름이 끼면 레이저를 막아 아이언빔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기상이 안 좋으면 C4I(중앙통제시스템)가 자동으로 판단해 '아이언돔'을 쏘게 한다. 즉, 기존의 방공망과 통합 운용해 단점을 상쇄하게 된다.

이스라엘이 운용중인 아이언돔 포대. 4~70㎞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날아오는 드론과 단거리 로켓포, 포탄, 박격포 등을 요격하도록 설계됐는데 1발당 비용이 4만~5만달러(약 5800만~7300만원)다. 출처: 이스라엘 국방부

아이언빔만의 요격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방공망과 혼용 배치되면 위력이 커진다고 했다. 이스라엘 국방연구개발국(DDR&D)에 따르면 지난 6월 이란과의 12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아이언돔, 다윗의 돌팔매, 애로2, 애로3)이 보인 요격 성공률은 미사일은 86%, 드론·로켓 요격 성공률은 99.9%이다.

회사 측은 한국과 같은 산악 지형에선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동식이나 경량형을 계곡 길목에 배치해야 한다. 큰 것(광역 방어)과 작은 것(매복 방어)을 섞어 쓰는 '믹스 앤 매치' 전략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썼던 대량 공습 작전에 대한 대비와 관련해선 "100% 완벽한 방패는 없다. 하지만 지난 2년의 전례 없는 공격에도 이스라엘이 버틴 건 다층 방어망 덕분"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측은 "레이저를 장거리로 쏘면 대기 중의 먼지, 수분 때문에 빛이 산란되고 에너지가 약해져 파괴력을 잃는데, 이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무기화에 실패했다"며 여러 개의 레이저 소스를 하나로 합쳐 파괴력을 높이고, 대기 왜곡을 실시간으로 보정해 빛을 목표 지점에 정확히 집중시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발 스타이니츠 라파엘 회장은 지난 8일 텔아비브 대학 강연에서 미국을 비롯한 모든 강대국이 60년 동안 레이저 무기 개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5년 전 라파엘이 세계 최초의 효과적인 레이저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레바논 전쟁과 이란과의 12일 전투에서 우리 장비 중 가장 작은 레이저 장치 하나가 수십 대의 드론을 격추했으며, 성공률은 매우 높았다"고 덧붙였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