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케냐 야권 지도자, 인도 방문 중 심장마비로 사망

5차례 대선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불복 운동으로 폭력 사태 발생
쿠데타 연루로 9년간 투옥…'정적' 대통령의 총리 되기도

라일라 오딩가 전 케냐 총리가 지난 2007년 12월 27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의 투표소를 나오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시 그는 대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07.12.27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케냐의 야권 지도자가 인도를 방문하던 중 8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라일라 오딩가 전 케냐 총리의 가족 측 소식통은 그가 15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오딩가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 코치에서 그의 가족, 주치의와 산책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오딩가 가문을 방문한 뒤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오딩가의 지지자들은 수도 나이로비에서 나쁜 징조를 막는다는 의미로 나뭇가지를 흔들며 행렬을 지어 오딩가 자택으로 향했다.

오딩가는 지난 1945년 케냐 독립 지도자로 초대 부통령을 지낸 오긴가 오딩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독일(당시 동독)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기술 기업을 운영하며 나이로비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82년 대니얼 아랍 모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에 연루돼 9년간 수감되었으며 그중 6년을 독방에서 보냈다.

이후 오딩가는 지난 1992년 국회의원이 됐고 1997년 대선에 처음 출마했으나 모이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4년 뒤 그는 모이 대통령과 연립 정부를 구성했다. 이에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그는 실용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딩가는 2007년 대선에 또 도전했으나 낙선했고 이에 대한 불복 운동을 벌였다. 이는 케냐 독립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폭력 사태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약 1300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집을 떠나야 했다.

그러던 중 오딩가는 2008년 음와이 키바키 당시 대통령이 이끌던 정부의 총리가 됐고 2013년까지 재임했다. 2013년, 2017년, 2022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불복 운동을 주도해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2022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70대 후반이 된 오딩가는 루토 정부에 맞서 시위를 벌이다 지난해 루토 정부와 정책 협의 및 주요 사안에 대해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로 인해 사실상 케냐에는 야당이 없는 상태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