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당초 합의 거부…역내 중재국 전면 압박에 꼬리 내려"

WSJ "카타르·이집트·튀르키예, 마지막 기회라며 지원 중단 경고"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 인계을 앞두고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배치돼 있다. 2025.10.13.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완강히 거부했지만 역내 중재국들의 전면적 압박에 1단계 휴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협상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하마스 고위 지도자 칼릴 알-하야가 트럼프 구상을 처음 접했을 때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초 하마스는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에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확실해질 때까지 이스라엘 인질을 풀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처음 제안을 받고 이틀 만에 하마스는 휴전 계획을 전격 수용했다. 합의안 내용은 그대로였지만 하마스를 바라보는 역내 분위기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탓이었다.

이집트와 카타르는 하마스 대표단을 이끄는 하야에게 가자 전쟁을 끝낼 '마지막 기회'라고 압박했다. 또 인질 억류가 하마스에 전략적 부담을 안기며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할 정당성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역시 휴전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마스에 대한 모든 정치외교적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 3개 중재국은 더 이상 하마스의 정치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고, 전후 가자지구 통치권과 관련해 하마스가 발언권을 갖는 것을 돕지 않겠다고 재차 압박했다.

WSJ는 가자지구 휴전 합의안의 여러 내용이 이미 1년 넘게 논의된 것들이었다며, 최근 중동의 대대적인 세력 균형 변화가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가자 전쟁 장기화 속 이란, 레바논, 카타르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잇단 군사 작전이 중동 내 강대국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특히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빌미로 한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은 역내 가장 부유하고 힘 있는 국가들마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험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년간 미국과 외교적 갈등을 겪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관계 개선에 나선 점도 튀르키예의 중재 역할에 힘을 실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부에서도 코너에 몰려 있었다. 이스라엘이 가자 대부분을 점령해 게릴라전조차 지속이 거의 불가한 상황이었다. 자금 부족으로 조직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빚어졌고, 팔레스타인인들은 기아와 파괴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가자지구 총 공격을 밀어붙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선뜻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안에 동의하자, 하마스가 유일하게 휴전을 거부하는 세력으로 비춰진 점도 이들에게 부담이 됐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