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일 만의 인질석방 임박…눈물과 희망 뒤섞인 텔아비브 '인질 광장'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 2년간 슬픔의 상징이었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이 희망과 환호로 가득 찼다. 이스라엘과 1단계 휴전에 합의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인질 석방 일정을 구체화하면서다.

이번 1단계 합의로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48명을 풀어주고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약 2000명을 석방하게 된다. 이스라엘 인질 48명 중 생존자는 20명, 사망자는 28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마스 고위 관리 오사마 함단은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합의에 따라 월요일(13일) 오전에 인질 교환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년간 절망과 분노로 가득 찼던 인질 광장은 이제 조심스러운 낙관론으로 물들었다.

이에 733일 동안 인질들의 억류 기간을 표시하던 광장의 전광판 숫자는 사라졌다. 그 대신 그 자리에는 '그들이 집으로 온다'(They're coming home)는 문구가 쓰였다.

CNN 방송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노래를 부르며 돌아올 가족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집에서 만든 쿠키와 사탕을 나누는 등 낯선 이들이 친분을 맺고 가족처럼 따뜻한 정을 나눴다.

21살 아들 롬이 인질로 잡혀 있는 오피르 브라슬라브스키는 광장의 인파 속에서 벅찬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CNN에 "아들을 만나면 꼭 끌어안을 생각만 하고 있다"며 2년 만에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광장 곳곳에서는 성조기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팻말이 눈에 띄었다.

많은 인질 가족과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끈질긴 협상으로 인질 석방을 끌어냈다며 "고마워요 트럼프"를 외쳤다. 이는 전쟁을 지연시키고 협상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야유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이날 광장에는 협상에 참여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딸 이방카 트럼프,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도 방문해 인질 가족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광장의 기쁨 속에는 슬픔도 공존했다. 하마스에 억류 중 사망한 26세 아들 기의 유해를 기다리는 미셸 일루즈는 "살아 돌아오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참 좋고 그 가족들에게는 기쁜 일"이라면서도 "내 슬픔을 위한 자리도 찾고 있다. 사실은 악몽 같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루즈는 앞으로 아들의 유해를 확인하고 장례를 치러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남아 있다며 두려운 감정을 내비쳤다.

일부 시민들은 인질들이 실제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축하를 아끼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