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2년] 트럼프 '평화구상' 일주일만 협상 돌입…종전 분수령

②이·하마스, 인질 석방 협상으로 첫발…종전 논의 급물살
하마스 무장해제·통치권 포기 등 세부 논의 곳곳이 숙제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전경.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가자지구 전쟁이 7일(현지시간)로 만 2년을 맞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동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까지 일부 동의하면서 종전을 향한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평화구상 발표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6일 이집트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번 구상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인질석방 및 휴전 협상에 들어가는 등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2년 만에 전쟁이 멈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다만 인질 협상으로 평화구상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더라도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통치권 포기, 그리고 전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설립 등 세부사항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돼 언제든 협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트럼프 '최후통첩'에 하마스 응답…인질석방 협상 첫발까지

이번 종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이스라엘에 이어 하마스가 일부 동의하면서 논의가 급진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구상 검토에 들어간 하마스의 호응이 늦어지자 지난 3일 "워싱턴 시간으로 5일 오후 6시까지 하마스와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며 "마지막 기회에 합의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한 지옥을 맞볼 것"이라고 하마스에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렸고 이후 불과 몇시간 만에 하마스가 인질 전원을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 일부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튿날인 4일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1단계 군 병력 철수선에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하마스가 이를 확인(수용)하면 휴전은 즉시 발효되며 인질과 포로 교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란색 선으로 표시된 1단계 철수선을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또 인질 석방의 세부 사항을 맘리하고 평화구상 논의를 더 가속화하기 위해 자기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프코트 중동특사를 이집트로 파견했다. 이들은 6일부터 이집트에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

협상은 이제 첫발을 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구상을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실질적인 종전 논의에 돌입하는 등 상황이 숨 가쁘게 전개되면서 휴전을 넘어 전쟁 종식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평화구상은 유럽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이슬람권의 지지도 받고 있어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마스 무장 해제·통치권 포기 관건…이스라엘 내 극우파도 걸림돌

다만 각론에 들어가면 언제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논의가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무장 해제나 통치권 포기 등 하마스가 이전부터 강하게 반대해 온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은 △즉각 휴전 △모든 인질 석방 △국제기구가 주도하는 임시 과도정부 수립 △국제안정화군 주둔 △하마스 무장 해제와 무기반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등을 포함한 20항으로 구성돼 있다.

하마스가 이 가운데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안건은 인질 석방뿐이다.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통합된 국가적 입장이 필요하며 관련 국제법과 결의에 기반해 논의돼야 한다"며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건은 이스라엘 요구의 핵심 사항인 무장 해제와 무기 반납이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내부 강경파에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전후 가자 통치 포기도 하마스가 이전부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온 조건이어서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평화구상은 가자지구에 대한 하마스의 직간접적인 관여를 모두 배제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하마스에는 '항복문서'에 가까우며 "하마스는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조직의 종말을 선언한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기구에 가자지구 행정부를 이양하는 데 대한 승인을 재확인한다"고 했는데 통치권 포기 관련 애매한 표현을 남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파에 의한 의견 충돌도 걸림돌로 거론된다. 이들은 종전에 여전히 완강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파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이스라엘 국가에 가장 큰 재앙을 가져온 테러 조직이 부활하는 시나리오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그런 계획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연정 탈퇴를 위협했다.

로이터통신은 6일 "네타냐후의 극우 연정 내부의 갈등이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는 중동의 정치 지형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좌절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