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고위인사 "트럼프 평화구상, 팔레스타인 주민 이익 무시"

BBC 인터뷰…"무장해제 동의 가능성 희박"
카타르 등 중재국은 하마스에 수용 압박 중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을 거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30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평화 구상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익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평화 구상의 핵심 조건인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무기 반납에 동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가자지구에 국제안정화군(ISF)을 배치하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점령으로 간주하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합의한 평화 구상에 하마스는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20개 항목으로 된 이번 구상은 72시간 내 하마스의 인질 전원 석방 및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비롯해 국제안정화군(ISF) 가자 주둔 및 이스라엘군의 점진적 철수, 트럼프가 수장인 평화위원회 주도의 가자 재건 및 과도 통치기구 감독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3~4일 내로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중재국인 카타르 외교부는 하마스가 평화 구상을 "책임감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 내용을 잘 아는 한 팔레스타인 고위 관계자는 BBC에 가자지구 내외의 하마스 지도부 모두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와 이집트, 튀르키예 고위 관리들은 하마스 지도자들과 만나 평화 구상 수용을 압박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내의 하마스 군사 지휘관인 에즈 알딘 알 하다드는 평화 구상을 수용하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외부의 하마스 관계자들은 인질에 대한 통제권이 없어 논의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무장 단체로 하마스의 우군인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의 지도자 지아드 알나칼라는 평화 구상이 "이 지역을 폭파시키는 처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모든 인질을 돌려받은 뒤 군사 작전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지난달 9일 카타르 도하의 하마스 지도부를 공습해 사살한 뒤 불신이 더 커졌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잔류할 것이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끝까지 반대할 뜻을 밝히면서 평화 구상을 일부 뒤집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