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도 보이는 가자의 굶주림…배급차량 에워싼 수천 명 '처참'

구호트럭 몰려든 주민 수천명 위성사진 포착…"지원 아닌 학살"
이스라엘 주도 배급 2달만에 500명 사망…트럼프도 "진짜 굶주려" 우려

2025년 7월 26일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이 위성 사진은 미국이 지원하고 이스라엘이 지원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에서 남부 가자 지구 칸 유니스까지 약 1.2㎞ 동남쪽에 위치한 곳에서 트럭 주위와 위에 모여 있는 대규모 인파를 보여준다. 2025.7.26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구호트럭으로 몰려드는 수천 명의 인파가 위성 사진에 포착될 정도였다.

29일(현지시간) 상업용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포착한 한 장의 사진은 가자지구의 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진에는 파괴된 건물 잔해 사이로 이동하는 구호 트럭 주위로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이 필사적으로 몰려드는 모습이 담겼다. 굶주림에 내몰린 주민들의 절박한 상황이 우주에서까지 관측된 것이다.

가자지구의 기아 위기 중심에는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독자적인 구호 시스템인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있다. 이스라엘은 기존 유엔이 운영하던 배급소 400곳을 단 4곳으로 축소하고 지난 5월 말부터 GHF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구호품을 배급한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구호품 배급소는 망루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군사 통제 구역에 설치돼 있다. 배급이 시작되면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되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이나 압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공중 투하된 구호품을 옮기는 가자지구 주민들. 2025.07.27.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국제사회에선 이 같은 배급 방식이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GHF의 식량 배급을 "인도적 지원을 가장한 학살"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GHF가 활동을 개시한 후 2달간 식량을 구하려다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500명을 넘으며 부상자는 4000여명 에 달한다.

BBC에 따르면 GHF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은 동료들이 여성과 노약자 등 위협이 되지 않는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주민들을 "가치 없는 좀비 무리"라고 불렀다고 증언했다.

이런 참상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일부 지역에서 매일 10시간씩 교전을 중단하는 '전술적 중단' 조처를 발표했으나, 기아 위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날(28일) 이스라엘 유력 인권단체인 비첼렘과 인권의사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스라엘 주요 단체가 자국의 행위를 집단학살로 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호품 공중 투하를 기다리는 가자지구 주민들. 2025.07.27.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과 영국, 요르단 등은 항공기로 구호품을 투하하는 '에어 드롭' 방식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에어 드롭 방식은 구호품 상자가 텐트나 사람 위로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공중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을 받으려다가 상자에 깔려 다치거나, 바다에 떨어진 물품을 건지려다 익사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트럼프 "가자, 정말 굶주리고 있어"…식량센터 추진

친이스라엘 입장을 견지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는 전날 "가자지구에 진짜 굶주림(real starvation)이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기아는 없다"고 주장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TV에 나오는 아이들이 몹시 배고파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금을 지원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식량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이를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 정책의 "주목할 만한 입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