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쟁이란 무엇인가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쪽과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기바트 코비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자지구 철책 너머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News1 (스데로트=뉴스1) 김예슬 기자

(텔아비브=뉴스1) 김예슬 기자 = 지난 2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거쳐 찾아간 가자지구 접경 스데로트. 높은 언덕 위에 가자지구가 눈을 가득 채우는 기바트 코비 전망대가 있다. 불과 1500m 앞이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 사는 가자지구다.

철책 넘어 1분마다 1번꼴로 이스라엘의 폭격을 뜻하는 포성이 들렸다. 멀리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망원경에 동전 한 닢을 넣고 그 거리를 더욱 좁혀본다. 무너진 건물, 그 위로 또다시 쓰러진 건물이 겹겹이 쌓여 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민간인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끌고 갔다. 그날부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 중이다.

이스라엘 남부의 마을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리던 가족과 이웃, 음악 축제에서 낭만을 즐기던 친구와 연인을 잃은 이들이 있다. 멀리 한국에서 온 기자들을 만난 생존자들은, 당시의 공포스런 기억을 힘겹게 다시 조각조각 모아 들려준다. 전달된 기억 조각들은 머릿속에서 비극적인 영상으로 아프게 재생된다.

전망대에서 가자지구를 접했을 때 채워지지 않았던 일말의 허전함은 이런 비슷한 것이었다. 망원경으로 아무리 당겨도 그 이상 다가갈 수 없다. 1년 7개월 동안 그곳에서도 수만명의 생명이 사라졌다. 부모와 형제, 아이를 잃은 그들을 만나 그날의 기억을 아프게 들어주지 못했다. 안전한 이쪽에서 어렴풋이 저쪽의 비극을 그려볼 뿐이다.

다시 가자지구에서 북쪽으로 90km 떨어진 텔아비브. 아름다운 해안선과 야경을 수놓는 마천루, 자정이 넘도록 테라스에서 잔을 부딪히는 사람들. 건물 밖에서 사이렌이 울려도 방공호로 들어가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니 함께 안심이 든다. 그러면서도 다시 전망대와, 거기서 바라본 가자지구가 떠올라 미안함이 올라온다. 미안함은 머릿속 상상으로 보상을 찾는다. 그곳에도 이런 일상의 평화가 찾아오는 날을 그린다. 샬롬! 그리고 살람!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