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저항군' 세력 키우나…살레 부통령 중심으로 결집

'저항의 요지' 북부 판지시르州 거점으로 세력 확장 시도

암룰라 살레 아프가니스탄 제1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대통령궁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04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 저항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암룰라 살레(48) 제1부통령을 중심으로 탈레반 저항군 결집 움직임이 포착됐다.

살레 부통령은 수도 카불에서 북동부 65㎞ 떨어진 아프간 판지시르주(州)를 중심으로 저항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국민 영웅이었던 고(故) 아흐마드 샤마수드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주니어(32)와 야신 지아 전 육군참모총장 겸 국방부 차관이 합류한 상태다.

살레 부통령은 "탈레반이 의미 있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 우리는 환영한다"라며 "만약 이들이 군사 정복을 고집한다면 아프간 역사를 읽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지시르는 1980년대 소련, 1990년대 탈레반 저항의 근거지다. 현 아프간 이슬람공화국 정부 설립 근간을 이룬 '아프간 구국 이슬람 통일전선' 이른바 '북부 동맹'의 거점이기도 했다. 샤마수드는 북부 동맹 총사령관이었다.

이 지역은 깊고 좁은 협곡으로 둘러싸여 요새로도 꼽힌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북부 동맹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 지역을 찾았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근 살레 부통령 지지 부대가 카불 북부 파르완주 주도 차리카르를 탈환하고 이곳에서 탈레반과 전투를 벌였다.

다만 NYT는 살레 부통령이 이끄는 탈레반 저항군에 대해 전투력 미비, 물자 보급로 차단, 국제적 지지 부족 등 이유로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아프간 전직 공무원에 따르면 판지시르 주둔 병력은 2000~2500명에 불과하다. 공격용 외 보유 무기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쟁 물자 보급로인 북부 국경지대를 통제하고 있지도 않다. 관련해 살레 부통령은 "우리는 상황을 잘 수습하고 있다"며 20년전 탈레반과 싸운 아프간 지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살레 부통령은 2004년 미국 중재하에 제정된 자국 헌법을 토대로 아프간 대통령 대행을 주장하고 있다. 아프간 헌법상 대통령이 임기 중 부재·도망·유고 등 상황 시 제1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NYT는 자국 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