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할까?…사우디, 골치아픈 방정식 풀어야

6~7일 OPEC 회의서 감산 여부 결정
유가 11월 20% 넘게 급락…최악의 한달 보내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원유 생산량 감축 여부를 결정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오는 6~7일(현지시간) 빈에서 열린다. 회의 결과에 따라 두 달 새 30% 넘게 폭락한 국제유가의 향후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을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폭락에 대비해 수입을 늘리려는 회원국들과 저유가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처지라고 3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OPEC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카타르가 내년 1월1일부로 OPEC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하는 등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협상이 결렬될 여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산 연장 실패로 OPEC이 현재 수준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경우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가격은 지난달 이미 20% 이상 급락하며 10년만에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특히 OPEC의 맹주 사우디는 미묘한 입장에 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위적으로 유가를 높게 유지한다'며 OPEC을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카슈끄지 사태 이후 미국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의 관계가 유가 움직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 애스팩츠는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국내 개혁 과제를 위해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저유가로 흘러가게 놔두진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저유가 시기를 거치며 OPEC의 영향력이 약화된 게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2014년 말~2015년 유가 폭락 이후 OPEC의 신뢰성이 크게 낮아졌다"며 "카타르 탈퇴가 OPEC 영향력 약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카타르는 OPEC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에 불과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미하다.

그러나 OPEC 3위 산유국 이란이 탈퇴할 경우 OPEC은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AFP는 지적했다. 이란은 트럼프와 발을 맞추는 최근 사우디의 행보에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했다'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일단 감산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3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일대비 3.97% 올랐고 브렌트유도 3.75% 상승 마감했다. 두 종 가격 모두 장 초반에는 5% 이상 급등했다.

angela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