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 나선 美·英·佛…실효성 있을까(종합2보)
3개국 합동작전 "화학무기 절대 수용 불가"
美대통령 '무력사용권' 논란 재점화 관측도
- 정이나 기자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시리아 정권을 겨냥해 군사 대응을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의 화학무기 시설과 관련된 목표물에 정밀 타격을 개시하라고 군에 명령했다"는 대국민 연설 직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등지의 정부군 시설에 수차례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난 7일 시리아 반군 점령 지역 동(東)구타 두마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이 "뚜렷한 (갈등) 고조 행위"이자 "괴물이 벌인 범죄"라고 강력 비난했다.
◇미국·영국·프랑스의 합동작전..."화학무기는 수용 불가"
그동안 미국과 함께 대(對)시리아 군사적 조치를 논의해온 영국·프랑스도 이날 작전에 동참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은 "반복되는 화학무기 사용을 수용해선 안 된다"며 "화학무기는 시리아 국민과 우리 공통의 안보에 즉각적인 위협"이란 입장을 밝혔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역내 긴장을 더 이상 고조시키지 않는 선에서 민간인 피해을 막기 위한, 표적이 정해져 있는 제한적 타격"이라며 이번 공습을 정당화했다.
이날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한 직후 다마스쿠스 등지에선 최소 6차례의 폭발음이 들려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의 군함과 항공기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관련 군사시설 3곳을 향해 10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매티스 장관은 "화학 무기류의 목표물에만 (공습을) 국한했다"며 "(작전을) 확대하진 않을 것이다. 매우 정확하고 균형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동시에 매우 강력한 타격(heavy strike)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습에선 다마스쿠스 외곽의 화학무기 연구 시설과 신경가스(사린가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홈스주 서부의 건물 2곳, 군기지 등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시리아 군사 조치는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은 작년 4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해 민간인들이 사망하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시리아 공군기지에 퍼부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지난해의 2배 규모였으며 목표물도 2곳 더 늘었다.
◇"1회성 작전"…추가 공격에 신중한 입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시리아 정권이 금지된 화학물질 사용을 멈출 때까지 이런 대응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이후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민간인을 겨냥해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공격은 계획돼 있지 않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이와 함께 미 정부는 이날 공습과 별개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는 계속 추진해나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 행동의 목적은 화학무기 생산과 확산, 사용을 막는 강력한 억제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리아에서 무기한 주둔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이날은 시리아를 돕는 러시아·이란을 향해 "무고한 남성과 여성, 아이들에 대한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곳)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건 대체 어떤 나라냐"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공습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막지 못한 러시아의 실패에 따른 직접적 결과"라며 "러시아도 어둠의 길을 계속 갈지, 문명 국가들에 동참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이란은 일제히 비난...안보리 회의 소집하나
이런 가운데 시리아의 최대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영국·프랑스의 이날 합동 작전에 거세게 반발했다.
아나토미 앤톤 주미 러시아 대사는 "또 다시 우린 위협당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을 대가없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우린 경고했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알렉산드르 셰린은 미군이 시리아 공격 개시 시점인 시리아 현지 시각 오전 4시가 1941년 독일 나치군이 옛 소련에 대한 군사공격을 단행한 시간대와 일치한다며 "트럼프를 우리 시대 제2의 히틀러라고 불러도 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군 등의 시리아 공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이란 역시 이번 군사작전은 시리아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향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결과에 미국 등 서방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미군과 영국·프랑스군가 발사한 미사일은 러시아군 기지엔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측은 자국을 향해 날아든 미사일 13발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러시아군도 "서방국가가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이 격추됐다"고 설명했다.
공습 이후 미군과 러시아는 양측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USA투데이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전함과 잠수함은 미군 및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배치된 해역 인근에서 활동 중이다.
러시아 타스통신도 군사·외교 소식통을 인용, 자국 해군이 타르투스 기지 인근 등 지중해 동부 해역의 움직임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이스라엘 등 美 우방은 '대환영'
반면 미국의 우방인 호주, 이스라엘과 나토 회원국들은 미군 등 연합군의 이날 공습을 환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호주 정부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도 "지난해 화학무기 사용을 (군사 대응의) 한계선으로 정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살인적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시리아에 상응하는 행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민간인 피해 최소화해달라"...국제사회 우려도
그러나 국제 앰네스티는 이번 공습과 관련, "어떤 군사 행동을 하더라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앰네스티는 트럼프 대통령엔 시리아 난민 수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관계국들은 이 위험한 환경에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시리아 국민의 고통을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해 달라"고 말했다.
◇미 의회 '엇갈린' 반응...민주 "포괄적 시리아 전략 필요"
한편 이번 공격을 두고 미 의회는 공화·민주 양당으로 나뉘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집권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대응 이후 벌어질 상황을 신중히 계산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NYT가 전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아사드 정권의 악한 행위를 그냥 넘어가지 않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은 "의회 승인 없이 시리아 정부를 공습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불법이자 무모한 행위"라며 "폭넓은 전략이 없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이번 공습을 계기로 미 대통령에게 부여된 '무력사용권'(AUMF) 개정 문제가 의회에서 재점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제정된 AUMF는 테러조직을 응징할 땐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 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케인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백지 수표를 대통령에게 줘선 안된다"며 "오늘 시리아를 타격했다면 다음번엔 이란이나 북한을 폭격하려는 그를 어떻게 막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단 하루에 걸친 공습이 대시리아 전략의 분명하고 종합적인 대안이 될 순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서 직접 (시리아) 유혈사태에 대해 푸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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