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야망…중동 '초승달 벨트'로 가시화

이란, 시리아·이라크·레바논 3개국에 '밀착'
사우디, AL 긴급회의 열고 '對이란 공세'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 '초승달 벨트'를 차츰 완성해가는 정황이 포착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중동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적성국 이란을 규탄하기 위해 아랍연맹(AL) 22개국을 긴급 소환한 때, 이 부름에 응하지 않은 3개국이 있었다.

이들은 레바논·이라크·시리아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곧 이들과 손을 잡고 하나의 동맹을 완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사우디가 소집한 지난 AL 긴급회의는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향한 성토장이 됐다.

당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종파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반과 이란의 중동 국가들에 대한 내정 개입으로 아랍 국가들의 안보가 직면한 중대한 상황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동맹인 바레인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완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우디는 최근 친(親) 이란 진영에 대한 공세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지난 3년간 이어진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통해 레바논·이라크·시리아에서 급속히 세를 뻗친 것과 관련됐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레바논과 이라크, 시리아는 지난 IS와 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국가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이라크는 IS가 국가를 참칭한 경제도시 모술이 있는 나라이며 시리아는 IS가 국토의 절반을 점령하는 바람에 IS 자칭 수도 격 라카를 최근에야 탈환했다.

두 국가가 IS에 물리적 영토 기반이었다면, 레바논은 전초 기지와 같았다. 시아파인 헤즈볼라가 수니파인 IS에 대응군 역할을 하면서 레바논 내 장악력을 늘렸다는 분석은 다수의 외신이 동의하는 바다.

이처럼 이란 영향력이 지배하게 된 레바논과 이라크는 사우디가 주축인 AL 소속임에도 이번 긴급회의를 보이콧했다. 친 이란 시아파 정권인 시리아는 이미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AL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시리아를 발판으로 이라크와 레바논을 노리던 이란의 야망이 먹혀들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이유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이란은 접경국인 이라크에서부터 시작해 시리아·레바논에 이르기까지 자국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하나의 '띠'를 형성하고 싶어한다.

이는 완성 시 사우디를 아랍해 쪽으로 밀어넣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고립까지는 아니지만, 예멘 내전 장기화로 출혈이 큰 사우디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여전히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달 초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가 최근 아랍국 '금기'를 깨면서까지 지중해에 접한 이스라엘에 협력을 구하고 있는 이유다.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는 사우디가 AL 결의안을 통해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규탄하자 성명을 내고 항의했다. 결의 내용이 "테러를 현실적이고 정확하게 정의하는 데 있어서 이라크의 입장과 명백하고 절대적으로 모순된다"는 직설도 곁들였다.

이란과 3개국이 더욱 밀착하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이라크는 AL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 대부분 이란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IS로부터 탈환한 마을에서 축하 행사를 열었다. 또 AL 회의 당일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헤즈볼라와 협동해 IS로부터 알부카말 마을을 완전 재탈환했다고 선포했다.

헤즈볼라 사무총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 정부가 AL 회의를 보이콧한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규탄한 아랍 외무장관들에게 "우리가 IS 격퇴에 공헌한 것을 잊었냐"는 취지의 수사적 질문을 던졌다고 뉴스위크는 덧붙였다.

icef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