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독립영웅서 독재자로…무가베, 역풍 맞다

1960년대부터 백인정권에 맞선 '민족 영웅'
영구집권 개헌과 토지개혁, 재앙의 시작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아프리카 내륙국 짐바브웨의 독립 영웅에서 최악의 독재자로 변모했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그가 결국 37년만에 역풍을 맞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국영방송 ZBC를 장악한 짐바브웨 군부는 15일(현지시간) 방송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고 밝혔다. 군부는 이는 무가베 대통령을 둘러싼 '범죄자'들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며 전복 시도가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정황상 군부 쿠데타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던 무가베 대통령은 현재 군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요 장군은 성명에서 "대통령과 그 가족은 무사하며,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만 밝혔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두번째 부인 그레이스 여사. (자료사진) ⓒ AFP=뉴스1

무가베 대통령이 처음부터 타락한 독재자였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부터 로지디아 백인 정권에 맞서 짐바브웨의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무가베는 당시엔 '민족 영웅'이었다.

독립운동 중 과격한 행동으로 1963년부터 10년간 옥고를 치른 그는 석방 뒤 아프리카민족해방군을 이끌며 국내외에서 게릴라 투쟁을 계속하며 조국 독립에 헌신했다.

짐바브웨는 1980년 자유선거를 실시, 영국에서 실질적으로 독립하게 됐고 무가베는 존경받는 민중 영웅으로서 초대 총리에 올랐다. 7년 뒤 그는 개헌을 통해 6년 임기의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채택, 영구 집권의 초석을 마련하고 독재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무가베 대통령의 실책은 지난 2000년 토지개혁에서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소수 백인이 농경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평등한 토지 소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백인 소유 상업 농장을 강제로 빼앗아 흑인들에게 재분배하는 강경 정책을 편 것.

토지개혁 단행으로 서방은 짐바브웨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시작했고, 크게 의존했던 대외 원조는 뚝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흑인들은 농장 경영이 미숙해 농업 생산량까지 크게 떨어졌다.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이 겹친 짐바브웨 정부는 외채 상환의 압박에 몰려 돈을 찍어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물가 상승이 2억%에 달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까지 겪게 됐다. 돈을 한 바구니 가져와도 달걀 세 알을 못 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40여년 무가베 대통령 통치 기간을 지나며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됐지만,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41세 연하 부인 그레이스 여사는 국민의 고혈로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해 비난을 면하지 못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일 무가베 대통령은 자신의 부인을 부통령에 앉힐 명분을 마련하고자 독립군 동지였던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경질했다. 치웬가 장군은 이에 반발하며 정치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고, 이는 결국 하루만에 쿠데타로 이어졌다.

seung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