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베네수 석유기업 지분 직접 취득…"650억배럴 도장찍기"

'美국방부 35%' NABEP, 베네수 정부와 유전 100년 개발 계약
베네수 매장량 '5분의 1' 해당…"美-민간기업 거래로 무효화 어렵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후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투자를 위한 미국 석유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1.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권을 가진 민간 기업 지분을 직접 인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 지시에 따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납세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고 베네수엘라의 650억 배럴이 넘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에 대한 다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협정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지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탕쿠르가 설립한 민간 석유기업 '노스아메리칸블루에너지 파트너스(NABEP)'에 유전 17개를 100년 동안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들 유전엔 65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베네수엘라 전체 석유 매장량의 5분에 1에 해당한다.

베탕쿠르는 로드리게스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미 당국자들은 그가 베네수엘라 고위 당국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석유개발 사업을 맡은 적임자라고 판단해 그에게 접근했다.

미국 정부는 국방부 전략자본국(OSC)을 통해 NABEP 지분 35%를 취득하며, 생산량의 20%를 원가로 우선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다. OSC는 대규모 자본 투자 없이도 미국의 사업 지권을 확보할 수 있는 페니 워런트(초저가 신주인수권) 방식을 통해 이번 투자를 구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은 국무부가 주도했지만, 미 당국자들은 자금 확보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협상 막바지 OSC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결과 미 국방부가 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 지분과 구매권을 보유하는 형태가 됐다.

협상에 참여한 당국자 중 한 명은 이러한 민간 기업 구조가 향후 베네수엘라에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협정을 무효화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팔콘주 푼토 피조에 위치한 파라과나 석유 정제 단지 내 아무아이 정유 시설. 2020.10.29 ⓒ AFP=뉴스1

국방부가 석유개발 사업의 직접 투자자로 나서게 된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베네수엘라 석유개발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지만 오랜 투자 부족과 부실 경영, 미국의 제재가 겹치면서 현재 산유량은 하루 약 125만 배럴에 머물고 있다.

협상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석유 협정을 서둘러 발표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다고 WSJ에 전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국내외 베네수엘라인과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협정 내용은 석유 매장량이 베네수엘라에 속하며 매각될 수 없다고 규정한 1999년 베네수엘라 헌법과도 충돌한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디에고 아리아 전 베네수엘라 장관 겸 주유엔 대사는 "비합법적 정부이기 때문에 완전히 위헌적인 거래"라며 "그들은 석유를 강탈하고 있다.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석유개발 사업에 투자를 추진하는 미국 석유 기업들 입장에서도, 베네수엘라 유전에 지분을 가진 미국 정부 지원 민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NABEP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확인 매장량을 확보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휴스턴 대학교의 에너지 경제학자 에드 허스는 "미국이 왜 자체 석유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세워주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차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결정을 뒤집을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