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선수들, 잉글랜드전 승리 후 '포클랜드 우리 땅' 현수막

전쟁까지 치른 英-아르헨 영토분쟁, 월드컵서 재점화
아르헨 부통령 "현수막 반입 금지? 마음에 품고 다녀"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축구 대회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준결승 경기에서 승리한 후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말비나스(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15일(현지시간)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경기장에서 포클랜드 제도(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어 정치적 언행을 금지하는 규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에 2-1로 승리한 후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Las Malvinas son Argentinas)라는 현수막을 펼쳤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종료 5분 전까지 잉글랜드에 1-0으로 뒤처져 있었으나, 후반 40분과 추가시간 2분에 연속 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19일 뉴저지에서 스페인과 결승전을 치른다.

경기가 끝난 뒤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미드필더 지오바니 로 셀소가 현수막을 들어 올렸고, 관중석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준결승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2-1로 승리한 후 경기장 위에 현수막이 놓여 있다. 2026.07.15. ⓒ AFP=뉴스1

포클랜드 제도는 남대서양에 있는 영국의 역외 영토로, 아르헨티나는 '말비나스 제도'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982년 포클랜드 제도를 기습 침공해 영국과 '포클랜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쟁은 74일간의 교전 끝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으로 끝났다. 영국군 255명과 아르헨티나군 649명, 섬 주민 3명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준결승전은 양국의 영유권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치러져 '포클랜드 더비'라는 별칭이 붙었다.

경기 나흘 전인 지난 11일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언론 기고를 통해 영국이 포클랜드 제도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며, 영국 잔류를 결정한 2013년 주민투표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은 "포클랜드 주민들은 영국인이며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시 준결승전을 앞둔 지난 7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선수들이 '말비나스'를 언급하며 승리를 다짐하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행동이 명백한 경기장 행동 강령 위반이라는 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의 경기장 행동 강령은 경기장 내부에서 정치적·모욕적·차별적 언행과 상징물을 엄격히 금지한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과거에도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정치적 현수막을 들어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14년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슬로베니아와의 평가전에서도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친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피파는 이를 문제 삼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에 2만 파운드(약 40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편 빅토리아 비야루엘 아르헨티나 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영토"라며 "그들(피파)은 경기장 안으로 현수막을 들고 오는 것을 금지했지만, 우리가 그것을 피와 마음에 품고 다닌다는 사실은 잊었다"고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