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만 힘쓴 베네수 정부의 민낯"…맨손으로 시신 찾는 유족들
세계최대 석유 매장국, 연료 부족에 중장비 가동 중단…국민들 불만 고조
- 한수민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연쇄 강진 피해가 집중된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에서 정부 구조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주민들이 직접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고 미국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 소유의 굴착기는 잔해 더미 옆에서 연료가 없어 멈춰 서 있었다. 주민들은 곡괭이, 삽,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며 친구와 가족을 찾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첫 번째 지진 발생 후 30분 만에 아파트로 달려간 데이비스 라모스는 아직도 건물 잔해를 파내며 두 딸의 시신을 찾고 있다. 그는 "눈물은 돌멩이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다"며 "당장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지만, 울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모스는 구조대가 처음에는 중장비를 가져와 굴착 작업에 투입했지만, 생존 흔적이 없다고 판단한 후 장비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고 CNN에 전했다.
지진 소식을 듣고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날아 온 허셀 멘도사 역시 이틀 동안 9층짜리 아파트 잔해를 파헤치며 어머니, 여동생을 찾고 있다.
멘도사는 "적절한 도구가 없어 수색 작업이 극도로 어려웠다"며 "인접한 아라과주에서 온 민간 방위대는 잔해를 신속히 파헤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진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에도 정부가 물자와 연료 부족으로 재난 수습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늑장 대응으로 재난 지역 주민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분석가 카르멘 베아트리스 페르난데스는 "국가 역량을 오로지 억압과 선전에만 쏟아부었던 결과"라며 "국민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할 국가의 역할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베네수엘라 정부를 비판했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번 참사가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계기가 됐다"며 직접 현장에서 피해 복구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초기 혼란에도 불구하고 지진 대처가 적절했다고 옹호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봉사자를 배치하는 새로운 계획을 강조하고 나섰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지진 발생 다음 날인 25일 국민들에게 정부를 신뢰해달라며 "우리 국민들이 지역 공동체(코뮌) 안에서 스스로를 조직화하고, 모든 체계 속에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진 사망자 집계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전날(30일) 로드리게스 의장은 하루 전보다 약 200명 증가한 최소 194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수만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한다. 잔루카 람폴라 유엔 베네수엘라 상주 인도주의 조정관은 유엔이 추가 사망자 발생에 대비해 시신을 담을 수 있는 자루 1만 개를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sumin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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