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기소에 美-쿠바 '일촉즉발'…"최악 가능성은 전쟁"
전직 외교관 "美 정부 소통 차단 시 충돌 이어질 수 있어"
"베네수엘라와 달라…카스트로 충성파들, 호전적 반응 가능"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 법무부가 20일(현지시간) 1996년 항공기 격추 사건의 책임을 물어 쿠바의 실권자인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기소하면서 양국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스트로를 기소함으로써 쿠바 정부를 압박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최악의 경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CNN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1996년 미국 내 쿠바 이민자들이 설립한 인도주의 단체 '형제들의 구조대' 소속 비무장 세스나기 2대를 쿠바 공군이 격추한 사건과 관련해 카스트로를 기소했다.
이 사건으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쿠바계 미국인 4명이 모두 숨졌는데, 카스트로는 당시 쿠바 국방장관이었다.
이날은 미국 내 쿠바계 망명 주민들이 스페인으로부터의 실질적으로 독립을 기념하는 '쿠바 공화국의 날'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뒤, 쿠바 공산정권 교체를 목표로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등 압박을 이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정권을 바꾸든 바꾸지 않든 협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나라다. 불도 켤 수 없고, 먹지도 못한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고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기소는 마두로 체포 작전과 마찬가지로 카스트로를 체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쿠바 정부가 협상 테이블 자체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군사 옵션 외의 출구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낸 비밀 협상팀에서 활동한 전직 미국 외교관 리카르도 수니가는 CNN에 "그(카스트로)는 쿠바 혁명의 살아있는 화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소를 통해 미국이 쿠바 정부와의 소통을 차단할 경우 결국 양측의 좌절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쿠바는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쿠바군은 섬 전역에서 기동훈련을 실시했으며, 정부는 민간인들에게 공격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17일 쿠바가 드론 300대 이상을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관타나모만 미군 기지와 함정, 그리고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약 145㎞ 떨어진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를 공격할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19일 X(구 트위터)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쿠바에 대한 군사적 공격 위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만약 실제로 공격이 발생하면 헤아릴 수 없는 유혈 사태를 초래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쿠바의 최고위 정치·군사 관리 대부분은 카스트로가 직접 낙점한 인물들이다. 카스트로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주요 결정을 대부분 카스트로와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마두로의 군대가 방어에 미온적이었고 부관들이 재빠르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랐던 베네수엘라와 달리 '카스트로 충성파'들은 훨씬 호전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