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임시대통령 취임, 내부 단속·통제 나서…"외신기자 체포도"

'美 지지자 체포' 비상사태 포고령 발표…무장 민병대 카라카스 거리 배치
트럼프 "한달 내 선거 없어" 로드리게스 체제 용인…대사관 재개관 검토

친(親)정부 무장 민병대 '콜렉티보'의 한 조직원이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석방을 촉구하는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2025.01.04.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델시 로드리게스(56)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대통령 궐위 사태 수습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에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포진한 현 베네수엘라 지도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용인 아래 당분간 정권 유지에 나선 상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반대 의견에 대한 강경한 대응에 나서며 내부 단속부터 시작했다. 친(親)정부 무장 민병대 조직 '콜렉티보'가 수도 카라카스 거리에 배치되고, 외신 기자들이 체포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임시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주재 하에 취임 선서를 진행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마두로 체포 당일인 지난 3일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임시대통령을 맡을 것을 명령했으며 베네수엘라 군부도 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로드리게스는 우고 차베스 정권에 이어 마두로 정권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아 승승장구하며 마두로 최측근이자 실세로 자리잡았으며, 인플레이션 등에 시달리던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마두로 체포 당일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으나 전날(4일)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트럼프를 향해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법 틀 안에서 공동 발전을 지향하는 협력 의제를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망·사임 등으로 회복 불가능한 궐위 상태가 되면 30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직무 수행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부통령이 최대 90일간 직무를 대행할 수 있고, 국회 의결로 6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

다만 대법원은 로드리게스에게 대통령 직무를 맡기면서 이 180일 규정을 명시하지 않아 로드리게스가 언제까지 임시대통령직을 맡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로드리게스가 트럼프 행정부와 어느 정도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지, 이 과정에서 군부 등 기존 세력의 충분한 지지를 이끌지 등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를 마두로 축출 이후 당분간 베네수엘라를 이끌 지도자로 선택했음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는 이날 NBC뉴스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가 한 달 안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 상태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나라를 먼저 정상 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회복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임시대통령에 취임한 로드리게스에 대해선 미국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페인어로 유창하게 소통한다. 그들의 관계는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가 미국 당국과의 협력을 중단할 경우 두 번째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정부에서 누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감독하느냐는 질문에는 최종적으로는 "나(ME)"라고 답했다.

또한 미국은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폐쇄했던 카라카스 주재 대사관을 다시 여는 결정에 대비해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대사관 재개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베네수 정부, 내부통제 강화…"美 지지시 즉각 체포" 포고령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언론노조는 기자와 언론 종사자 14명이 수 시간 동안 구금됐다가 풀려났다고 밝혔다. 대부분 로드리게스가 취임 선서를 한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체포됐는데, 이 중 11명이 외신 소속이었다.

콜롬비아 방송사 카라콜은 자사 기자 카를로스 바라간과 취재진이 "베네수엘라 군사 방첩 총국 소속 관리들에게 구금돼 약 두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로드리게스의 취임 선서에 앞서 국회의사당에 들어가는 것은 허용됐으나 사진 촬영이나 생중계는 금지됐다. 이후에는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3일 새벽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압송한 지 이틀 만에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틀이 지난 이날 관보에 게재된 비상사태 포고령은 "미국이 공화국 영토에 대해 감행한 무장 공격을 선전하거나 지지하는 데 관여한 모든 인물을 즉각적으로 수색·체포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특히 이번 포고령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가 있어 마두로가 미군에 체포되기 직전 미리 준비해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90일 간 유지되며 90일 연장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총기를 소지한 콜렉티보가 카라카스 거리에 배치됐는데,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과 함께 정권 핵심 인사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이 이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카스의 한 인권 활동가는 "당국의 탄압이 현저히 격화했다"며 "미국의 행동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의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있고, 콜렉티보가 동원돼 수도 전역에 검문소가 설치됐다"고 전했다.

이에 야권의 거점인 카라카스 동부 지역 거리는 콜렉티보의 감시 아래 며칠간 쥐 죽은 듯 고요한 모습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시민은 "우리는 아무것도 축하할 수 없다. 우리가 축하하면 콜렉티보가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카르도라는 이름의 한 콜렉티보 대원은 FT에 마두로 대통령 체포가 내부 배신자의 소행으로 여겨진다며 "우리는 소총을 들고 계속 활동 중이고, 필요하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밤늦게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인근에서는 총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대변인은 "허가 없이 해당 지역 상공을 비행한 드론들 때문에 경찰이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며 "충돌은 없었고, 전국은 완전히 평온하다"고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