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좌파 vs 극우' 12월 결선투표…'칠레 트럼프' 우위
하라·카스트 나란히 1·2위…우파 후보들 카스트 지지선언
조직범죄 급증에 국경장벽·이민자 추방 등 극우 공약 인기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성향 후보 자네트 하라(51)와 '칠레의 트럼프'라 불리는 극우 성향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했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칠레 대통령 선거 투표 결과, 개표율 약 52.39% 기준 집권당 지지를 받은 칠레공산당 하라 후보(득표율 26.58%)가 칠레공화당 카스트 후보(득표율 24.32%)를 근소하게 앞섰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1위와 2위 득표자를 상대로 오는 12월 14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결선투표에서는 우파 진영의 결집으로 카스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 칠레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당선자는 내년 3월 취임한다.
이날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우파 성향의 요하네스 카이저 후보(득표율 15%)와 에블린 마테이 후보(득표율 13%)는 일제히 카스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추격한 카스트 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뒤 칠레를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라 후보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굳어지지 말라"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불법 이민과 갱단범죄 급증에 칠레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범죄 강경 대응을 외치는 우파 진영에게 유리한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로 평가받던 칠레는 최근 몇 년간 총격전, 납치, 청부 살인 등 조직범죄가 급증하면서 사회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살인율은 2015년 인구 10만명당 2.32건에서 2024년 6.0건으로 두 배 증가해 같은 해 미국의 살인율(5.0건)을 넘어섰다.
우파 진영은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에서 이민자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칠레의 외국인 인구는 지난 2017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해 전체 인구(약 2000만 명)의 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경제난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유입됐다.
이에 칠레에서는 '마노 두라(mano dura, 철권통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스트 후보는 '칠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북부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수십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주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갱단을 강경하게 단속하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질서 회복의 모델로 삼는다.
현재 좌파 성향인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이끄는 칠레에서 카스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 이어 칠레에서도 우파 정권이 집권하는 남미의 '블루 타이드' 흐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는 우파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다. 또 지난달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20년의 좌파 집권을 끝내고 중도 우파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 페레이라가 당선됐다.
내년 예정된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선거에서도 우파 진영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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