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맞선 멕시코 시장 암살 후폭풍…"총알로 정의 실현" 반정부시위 확산
셰인바움 대통령 "사회적 해법 필요" 유화정책에 불만 고조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멕시코 '죽은 자의 날' 행사에 참석한 현직 시장이 대낮에 군중들 앞에서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은 후 멕시코 집권당 모레나를 규탄하고 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엘파이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멕시코 미초아칸주 우루아판에서는 하루 전 살해된 카를로스 알베르토 만조 로드리게스(40) 우루아판 시장의 장례식에 시민 수백명이 모였다.
우루아판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정의를! 정의를! 모레나는 물러가라!" 등 집권 모레나 당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만조 시장의 죽음으로 미초아칸주 곳곳에서도 폭력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밤 미초아칸 주도 모렐리아에서는 시위대가 주정부 청사를 습격해 가구를 부수고 벽에 페인트로 정치 폭력에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구호를 남겼다.
모렐리아에서 시위에 참여한 학생은 "만조는 순교자가 아니지만, 미초아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부패한 정치인들과 마약 카르텔로부터 사람들은 버림받았다"고 엘파이스에 말했다.
같은 날 아파칭간에서는 또 다른 시위대가 시청에 진입해 내부에 불을 질렀다. 분노한 대중들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오는 15일 전국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1일 만조 시장은 매년 10월 31일~11월 2일 열리는 멕시코의 전통축제인 죽은 자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왔다가 무장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만조는 마약밀매, 농민 갈취 등 카르텔 범죄로 신음하는 우루아판 시장으로 지난해 9월 취임했다. 경찰에 무장범죄자 사살을 명령하는 등 강력한 치안 정책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 강력한 치안 대책을 펼치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에서 따온 '멕시코 부켈레'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근 몇 달 동안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 범죄에 더 강력하게 맞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셰인바움 대통령은 만조 시장의 죽음을 두고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과거 카르텔을 무력 진압하던 '마약과의 전쟁' 정책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멕시코 국가방위대를 강화하고, 경찰 정보를 활용해 범죄자들을 검거하는 동시에 교육·인프라 투자 등 범죄의 사회적 원인을 해결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총알 대신 포옹'이라는 이름으로 카르텔 유화책을 시행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 대통령의 기조를 이어받아 카르텔과 무력 충돌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암살로 카르텔 폭력에 대한 좌절감이 커지면서 셰인바움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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