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 보살피기 지쳐" 집에 불지른 소녀…11개월 여동생 숨져

브라질 마을서 어머니와 다툰 뒤 범행…2살 남동생도 부상
문 잠그고 태연히 집 나와 '계획적 범행'…"자유롭고 싶었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연안의 과루자의 한 주택에서 14세 소녀가 저지른 방화 사건 현장. <출처=G1 산토스 기사 갈무리>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브라질에서 부모님 대신 동생들을 돌보던 소녀가 "지쳤다"며 불을 질러 1살도 안된 막내 여동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매체 G1 산토스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연안의 과루자의 한 주택 단지에서 오후 2시 10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주민들이 불을 진압한 뒤였다.

현장에서는 11개월 여동생이 숨진 채 발견됐고 2살 남자아이가 기도 손상과 얼굴에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다행히 그는 안정을 되찾은 상태다.

불을 저지른 14살 소녀는 사건 당일 아침 어머니와 다툼을 벌였다. 어머니는 가족의 어려움이 딸 때문이라며 그의 어깨와 등을 때리고 심지어 의자를 던지겠다고 협박했지만 포기하고 일하러 나갔다.

이후 자기 삶이 불만족스럽다고 느낀 소녀는 동생들을 재운 뒤 침실 카펫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동생들의 방문을 잠근 후 주방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열고 아파트 현관도 잠근 후 현장을 떠났다. 연기가 밖으로 나가 이웃이 알아차리지 않도록 창문까지 닫았다.

현장을 떠날 때 소녀는 동생들의 작은 신발 두 켤레를 들고 근처에 사는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친구에게 신발이 '생명의 시작'을 상징한다며 차분한 어조로 "이것이 내 동생들의 마지막 추억이다. 그들은 이미 죽었으니까"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다만 또다른 5살 여동생은 근처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서 무사했다. 소녀는 여동생을 건드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손이 안 가는 아이라서 생명을 앗아갈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가스통이 폭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조사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글라우쿠스 비니시우스 시우바 경찰서장은 소녀가 "매우 차분하게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동생들을 돌보는 게 지쳤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며 "끔찍하고 어두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소녀는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돼 소년법원에 송치됐다. 시우바 서장은 그가 이중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거의 풀려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루자시는 피해자 가족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청소년과 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