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AI기업, 데이터센터 환경영향 공개해야…기후변화 가속"

AI 환경 투명성 이니셔티브 발표…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로 운영 촉구
"탄소 중립 경로에서 이탈…지구 기온 1.5도 이내 상승 위해 노력해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2026.05.07. ⓒ 신화=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간)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촉구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인공지능(AI) 기업들에 환경 영향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구테흐스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기후 행동 주간'에 참석해 "기후 혼란이 우리 눈앞에서 가속화되고 있다"며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탄화수소에 중독된 세계의 어리석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언급하며 "우리 세계는 분명히 두 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위기들이 별개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들은 파괴적 근원을 공유한다. 바로 화석연료다"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는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AI 환경 투명성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모든 주요 AI 기업이 환경 영향을 측정해 공개하고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제는 사실을 공개할 때"라며 "AI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려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비용을 초래하는지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와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구동하는 대규모 서버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전력·물·토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지역사회와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달 초 유엔은 데이터센터가 2025년 기준 전 세계 10개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들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했으며,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보다 많은 전력을 소비한 국가가 5개국으로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의 주 에너지원은 화석연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30%는 석탄에서 공급되며, 재생에너지(27%), 천연가스(26%), 원자력(15%) 순이다.

구테흐스의 발언은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을 강타한 가운데 나왔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이날 전국 기온 지표가 29.8도를 기록하며 1947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구테흐스는 "세계가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 경로에서 위험할 정도로 벗어나 있다"며 "1.5도를 초과하는 상황의 규모와 지속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기 위해 훨씬 더 큰 긴급성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195개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현재 이 기준이 2030년쯤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테흐스는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을 신속히 줄일 것을 촉구하며 "화석연료 산업이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가스 부문의 메탄 배출 가운데 약 70%는 기존 기술만으로도 제거할 수 있다"며 "2025년에만 1670억㎥의 가스가 연소 폐기됐는데, 이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정부에 석유·가스 산업의 메탄 배출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