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10년물 5.34%, 24년래 최고…세계 채권시장 왜 또 흔들리나
고유가·인플레·정부부채에 추가 금리인상 우려까지
AI 빅테크 올해 회사채 2200억달러 발행…국채 바이백도 역부족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미·이란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한 가운데 막대한 정부부채와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자금 수요까지 겹쳤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세계 채권시장 매도세의 원인과 파장을 문답 형식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차입비용의 기준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5.34%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3분기에만 약 0.9%포인트(90bp) 뛰어 21세기 들어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을 나타냈다.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프랑스 10년물 금리도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영국 30년물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6%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금리 역시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는 미·이란 긴장으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채권 매도세가 더욱 거세졌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경우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정부부채 증가도 부담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독일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상이다.
국채금리는 정부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학자금 대출 등의 금리도 상승해 소비와 투자를 압박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7%를 넘어 2년여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의 부담도 커진다. 기존 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이자비용이 GDP의 약 4%에 달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 평균의 약 두 배로 높아졌다고 영국 재정감시기구는 지난 3월 밝혔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주요국이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현재 전 세계가 AI나 국방, 청정에너지 가운데 어느 한 분야에 투자하는 금액보다도 많다.
높은 국채금리는 주식시장에도 부담이다. 안전자산인 국채에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되면 상대적으로 주식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여러 시장에 걸쳐 거래하는 헤지펀드 역시 금리 급등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도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AI 하이퍼스케일러는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투자를 위해 올해 들어 22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의 두 배를 웃돌며 앞으로 추가 발행도 예상된다.
채권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영향을 받는다. 기업들의 차입 수요가 급증하면 투자자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정부가 막대한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AI 기업들까지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한정된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되고, 이는 국채금리에도 상승 압력을 가한다.
미국 정부는 국채 바이백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부채와 국채금리에 대한 우려가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를 간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국채 바이백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장기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시장 불안이 심각해지면 중앙은행이 직접 채권을 매입할 수도 있다. 영란은행(BOE)은 2022년 영국 '미니예산' 사태 당시 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를 매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특정 국가의 차입비용이 '부당하고 무질서하게' 급등할 경우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전달보호수단'(TPI)을 갖고 있다. 다만 에마뉘엘 물랭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프랑스 국채 매도세를 ECB가 구제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많은 투자자는 현재 금리 상승이 높은 정부 차입과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유가가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국채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차입비용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려면 각국 정부가 부채를 줄이거나 성장률을 높이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게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채권 자경단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다고 판단되는 정부에 대해 국채를 사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함으로써 재정 규율을 압박하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정책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때도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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