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먼저 잡은 나라 국채 뜬다…호주·독일 사고 美·英 피한다
호주 올해 4차례 인상에 "긴축 막바지"…독일 국채에도 매수세
"선제 대응 중앙은행, 향후 인상폭 작아져"…美연준·BOE 뒤늦은 대응 부담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올해 인플레이션 급등에 발 빠르게 금리를 올린 국가들이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선제적으로 긴축에 나선 만큼 향후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작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대응이 늦었던 미국과 영국은 앞으로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피터자산운용과 캔드리엄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호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이 지난 2월 이후 네 차례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UBS자산운용과 카르미냑 등은 독일 국채를 매수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영란은행(BOE)보다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만큼 앞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 내시 주피터자산운용 채권 매니저는 "올해는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모든 것을 좌우했다"며 "제대로 대응한 곳이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이번 채권시장의 특징은 2021~2022년과 달리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점이 크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당시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뒤늦게 대응한 뒤 거의 동시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다면 올해는 긴축 속도가 제각각이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차이가 국가별 금리 경로에 베팅하는 채권 투자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시차다. 금리 인상이 실제 경제와 물가에 완전히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먼저 긴축한 중앙은행일수록 앞으로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미셸 불럭 RBA 총재도 금리 인상 효과가 완전히 나타나는 데 12~18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RBA는 이번 주 추가 인상으로 올해 들어 네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고점을 넘어섰다. 불럭 총재가 이번까지 네 차례의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자 호주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주피터는 운용하는 모든 채권펀드에서 호주 국채를 비중확대하고 있다. 캔드리엄 역시 뉴질랜드와 미국 국채보다 호주 국채를 선호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카르미냑은 독일 5년물 국채를, UBS자산운용은 독일 30년물을 매수하고 있다.
기욤 리고 카르미냑 공동 채권투자책임자는 ECB를 연준, 일본은행(BOJ)과 구분해야 한다며 ECB가 지난 3~4월부터 인플레이션 충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이번 주 국채금리 상승이 경제성장을 둔화시켜 높은 에너지 가격의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한할 것이라며 물가의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미국과 영국처럼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은 국가의 국채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UBS자산운용의 케빈 자오는 독일과 호주 국채를 사는 동시에 미국 국채에는 숏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AI 투자에 따른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연준에 추가 금리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오는 "공급 충격에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채권 투자에 긍정적"이라며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미국 국채 매도로 2년물 금리가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자 일부 투자자들은 단기물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주피터의 내시는 시장이 향후 수개월간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보고 미국 2년물을 매수했다.
영국 국채에 대한 경계는 더 크다. 캔드리엄은 아직 금리 인상을 시작하지 않은 BOE가 향후 뒤늦게 긴축을 따라잡아야 할 것으로 보고 영국 국채 비중을 줄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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