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고금리 시대' 회귀…10년물 5.3% 돌파에 '매도 악순환'(종합)
10년물 24년 만에 최고·9월 0.5%p 급등…FT "금리 상승이 강제매도 촉발"
WSJ "구조적 상승 요인 쉽게 안 사라져"…부채·인플레·AI 투자 압력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시장이 20여년 전의 고금리 시대로 되돌아갔다. 막대한 정부부채와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 투자 붐이라는 구조적인 금리 상승 요인에 강제 매도까지 겹치면서 금리가 오를수록 다시 매물이 쏟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국채금리 급등을 각각 시장 내부의 '매도 악순환'과 장기적인 '고금리 체제'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5.306%까지 치솟아 2007년 고점을 넘어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가는 5.292%였다.
FT에 따르면 10년물 금리는 9월 한 달 동안 0.5%포인트 넘게 급등해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 국채는 4년 만에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30년물 금리도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FT는 최근 국채 매도세가 펀더멘털 악화를 넘어 시장 내부에서 스스로 증폭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채 매도가 늘어 가격이 내려가면 금리는 상승한다.
당초 금리를 끌어올린 것은 40조달러를 넘어선 미 정부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AI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과 견조한 경제성장 전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일부 펀드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채를 팔았다고 FT는 전했다. 이러한 매도가 국채 가격을 더 떨어뜨려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순환이 나타났다고 FT는 설명했다.
프리야 미스라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악순환(vicious loop)'이라고 표현하며 "무엇이 악순환을 끊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강한 매도세에 맞서 국채를 사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제 매도의 주체로는 헤지펀드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대규모로 보유한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이 지목됐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 주택 보유자들의 모기지 조기상환이 줄면서 MBS의 실질 만기가 길어진다. 이에 MBS 투자자들은 늘어난 금리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장기 국채를 매도한다. 국채 선물에 대규모 포지션을 보유한 레버리지 펀드들도 위험 축소 과정에서 매도에 가세하고 있다.
통상 국채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면 높은 수익률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돼 시장을 안정시키지만 이번에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대니얼 고틀랜더 씨티 북미 스와프 트레이딩 책임자는 FT에 "한계 매수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WSJ은 10년물 금리가 5.3%를 넘어선 데 더 장기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단순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가 장기간 높은 차입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저물가와 함께 낮은 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이런 전망이 흔들렸고 최근에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블레리나 우루치 T로프라이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금리 추세는 상승하고 있다"며 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 상당수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그 요인으로 늘어나는 정부부채가 투자자들의 국채 수요를 시험하고 있는 점, AI 투자 붐이 경제성장과 자금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점, 무역장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점 등을 꼽았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10년물 금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인 지난 2월 27일 4%를 밑돌았지만 현재 5.3% 수준까지 상승했다.
예상보다 낮은 물가지표도 금리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이날 발표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4% 올라 시장 예상치 3.7%를 밑돌았다. 전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지만 장기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WSJ은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장기금리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시장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과 재정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한 연준이 추가 인상을 서두르지 않더라도 장기금리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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