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 급등…'호르무즈 우회로' 사우디 동서송유관 가동 중단

인근 비축유 5~7일분…장기화 땐 세계 원유 4% 추가 차질

10일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역 메디나 남쪽의 동서 송유관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담겼다. 2026.9.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글로벌 공급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국제유가가 14일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 3% 안팎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에 육박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도 103달러에 근접했다.

오전 8시 46분 기준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2.68% 오른 배럴당 107.38달러를 기록했다. 10월물 WTI는 2.2% 상승한 102.2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지난주에도 약 9%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원유 수출과 해상운송에 차질이 빚어진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77% 치솟았다.

사우디의 동서(East-West)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유가 상승세가 더해졌다. 사우디는 지난 10일 발생한 공격 이후 예방 조치로 하루 약 700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동서 송유관을 폐쇄했다고 11일 밝혔다. 재가동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홍해 연안 항구로 운송하는 핵심 시설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으로 사실상 막힌 지난 6개월 동안 하루 약 400만 배럴을 홍해의 얀부항으로 우회 수송해왔다. 이는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한다.

얀부 비축유 5~7일…장기화가 관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얀부항에 남은 비축유로 기존 수출 물량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5~7일 정도다. 송유관이 그 안에 재가동되지 않으면 사우디의 수출이 크게 줄면서 세계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추가로 사라질 수 있다고 원유 구매업체와 트레이더들은 보고 있다.

복구 기간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로이터 한 소식통은 완전 복구에 최대 5~6주가 걸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다른 로이터 소식통은 이보다 빨리 복구하거나 수리 과정에서 일부 송유를 재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준 고 스파르타커머디티 선임 원유시장 분석가는 "결국 관건은 중단 기간"이라며 조기에 송유가 재개되면 얀부의 비축유를 활용할 수 있어 충격이 제한되겠지만 장기화하면 사우디가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 우려는 선물시장에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브렌트유 최근월물과 차근월물 가격 차이인 프롬프트 스프레드는 배럴당 5.53달러의 백워데이션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 3.84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백워데이션은 당장 인도할 원유 가격이 이후 인도분보다 높은 상태로 단기 공급 부족이 심할수록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호르무즈 임시항로 회담도 연기

외교적 돌파구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이란과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선박 통행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오만에서 열 예정이던 회의가 개최 직전 연기됐다.

바레인은 동서 송유관 공격 등을 이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사우디도 해당 계획에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을 따라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는 점도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후티가 세력을 넓힐 경우 홍해의 또 다른 핵심 원유 수송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와 석유제품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장중 최대 3.8%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의 물가 압력을 키우면서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힘을 싣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