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AI 투자붐, 금융안정 새 위험…불투명한 부채·사모대출 주시"
韓·대만 등 AI 공급망은 수혜…"반도체·장비 수출가격 상승"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기업이익보다 부채와 사모대출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인도 중앙은행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이미 세계 경제 여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졌다며 관련 자금조달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BIS는 세계 5대 기술기업이 2025~2026년 2년 동안 AI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AI 투자 규모가 현재 약 5000억 달러에서 2030년 최대 4조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AI의 가능성은 현실적"이라면서도 장기적인 효과는 정책 선택과 인력·인프라 투자, 혜택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공유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특히 AI 투자 자금조달 방식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새로운 위험으로 지목됐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AI 붐이 기업이익보다 부채와 사모대출을 통해 점점 더 많이 조달되고 있다며 상당 부분의 자금조달 구조가 "불투명하고 상호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기업가치와 소수 기업에 집중된 시장 구조까지 겹친 상황에서 AI 투자가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
그는 철도 건설 붐과 닷컴 열풍 등 과거 대규모 투자 붐을 거론하며 "AI 붐이 반드시 그런 결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현재 투자 붐의 규모와 속도, 기대되는 상업적 수익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는 세계 교역 구조도 바꾸고 있다.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AI 기술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는 AI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수출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BIS는 분석했다.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입으로 코딩과 컨설팅, 전문적인 글쓰기 등 특정 업무의 생산성이 10~6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별 업무에서 나타난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가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추산으로는 AI가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을 연간 약 0.5%포인트 높일 수 있다. 실제 효과는 AI 도입 속도와 노동·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AI를 도입할 준비가 상대적으로 잘된 선진국이 먼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노동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 AI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반복적인 인지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데 코스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현재까지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제한적이지만 고객 서비스와 프로그래밍, 행정직 등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재교육과 직무 전환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BIS는 강조했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AI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수요와 공급, 금융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상황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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