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채금리 수십년래 최고…정부·기업·가계 덮치는 '고금리 청구서'

정부는 이자비용 급증·기업은 투자 위축…저소득층 대출 부담
AI 투자용 회사채까지 자금 쟁탈전…주식엔 악재·신규 채권투자자는 수혜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주요국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안은 정부부터 차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과 저소득층 소비자까지 '고금리 청구서'를 받아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CNBC가 3일 분석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3%를 넘어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독일 10년물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도 2023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영국 국채금리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막대한 국채 발행과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 중앙은행이 높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중기적 추세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CNBC는 세계 경제가 초저금리 환경에서 벗어나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시대로 이동한다면 정부 재정부터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금융시장까지 경제 전반이 더 비싼 '돈의 가격'에 적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빚 많은 정부부터 직격탄…차환할수록 이자 늘어

가장 먼저 부담이 커지는 곳은 정부다. 저금리 때 발행한 국채가 만기를 맞으면 현재의 높은 금리로 차환하기 때문에 고금리가 지속될수록 이자비용이 불어난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투자운용 선임 채권전략가는 재정적자가 크고 부채가 많으면서 해외자본 의존도까지 높은 국가가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재정건전성 악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친 프랑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CNBC는 꼽았다. 신흥국에서는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인 국가가 특히 취약하다.

일본 역시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는다. 2026회계연도 정부 지출에서 국채 원리금 상환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국채 바이백(조기상환)이나 발행 만기 조정으로 금리 상승에 대응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도이체방크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많은 국가의 장기 재정 경로는 더욱 불편해 보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공짜 돈' 익숙했던 기업들…AI도 자금 쟁탈전

기업들도 기존 부채를 차환하거나 투자 자금을 새로 빌릴 때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부채가 많거나 변동금리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이 취약하다.

루 전략가는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곳은 '공짜 돈'에 익숙해진 고레버리지 기업들"이라며 상업용 부동산,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 직접대출 시장과 저신용 소프트웨어 기업 등을 지목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도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채권을 발행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도 올라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건설, 인수합병(M&A) 등 투자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저소득층부터 충격…신규 채권투자자는 기회

소비자 역시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는다. 장기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등 각종 가계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과 생필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저소득층이 먼저 압박받는 반면 고소득층은 높은 예금·채권 수익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K자형'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도 부담이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국채의 매력이 높아져 주식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까지 늘면서 주가를 압박할 수 있다.

반면 금리가 오른 뒤 채권을 새로 사는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높은 이자수익이 이후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을 어느 정도 상쇄하기 때문이다.

단순화하면 연 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을 100만 원에 샀을 경우 1년간 이자수익은 5만 원이다. 이후 금리가 더 올라 채권가격이 98만 원으로 떨어져 2만 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해도 이자를 합치면 3만 원의 수익이 남는다. 반면 연 1%의 낮은 수익만 기대할 수 있다면 같은 가격 하락을 이자수익으로 메우기 어렵다.

현재처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이자수익이 추가적인 채권가격 하락을 막아주는 '완충장치'가 되는 셈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