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채금리 3% 준대도 "누가 사나"…채권시장 '떨어지는 칼날' 공포

30년 만에 최고 금리에도 매수 주저…"더 오르면 지금 사는 순간 손실"
BOJ 매입 축소·외국인 수요 약화에 재정 우려까지…글로벌 채권 재평가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과 MUFG 은행 본사 앞 간판을 한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2021.9.22.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0년 만에 3%를 넘어섰지만 현지 채권시장에서는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일 보도했다.

통상 국채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다. 하지만 지금 일본 채권시장은 다르다. 재정확대와 추가 금리 상승 우려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조금 더 기다리면 더 높은 금리를 받고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며 매수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채권 딜러는 닛케이에 "3%를 돌파했다고 해도 재정을 배경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누가 사주겠느냐"고 말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일 3%를 돌파해 199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 일본 지방은행 관계자는 "너무 빠른 움직임이다. 곤란하다"며 보유 채권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시기에 운용을 담당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3%에도 매수 주저…'떨어지는 칼날'

일본 국채금리 3%는 장기간 초저금리에 익숙했던 일본 투자자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지금 매수한 국채 가격도 추가로 떨어져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시장의 고민은 3%라는 금리가 높은지보다 금리 상승이 어디에서 멈출지에 가깝다. 닛케이는 채권시장에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격언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장기 국채 가격 하락으로 일본 보험사와 연기금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무라 류타로 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일본 국채를 보유한 보험사와 연기금에서 평가손실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40년물 국채 가격은 액면가 100엔당 약 93엔까지 떨어졌고 일부 국채는 80엔을 밑돌기도 했다.

BOJ·외국인 수요 약화…재정 우려까지

일본 국채를 받아줄 전통적인 매수 주체도 약해지고 있다. 대규모 금융완화 시절 막대한 국채를 사들였던 일본은행(BOJ)은 매입 속도를 낮추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도 예전만 못하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만기가 10년을 넘는 일본 초장기 국채를 지난 4월과 6월 순매도했다. 지난 3월까지 15개월 연속 순매수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여기에 재정확대 우려가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정부의 경제·재정 운영방침을 계기로 BOJ 독립성과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금리가 급등했다. 8월에는 2027회계연도 정부 예산의 개산요구 규모가 약 143조 엔으로 전해졌다. 2026회계연도의 122조 엔을 크게 웃돈다.

"세계적 채권가격 재평가…일시적 현상 아냐"

일본의 국채 매도세는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채권가격 재평가의 일부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욤 리자르 프랑스 자산운용사 카르미냑 채권운용 공동대표는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장기채 수요가 약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라마쓰 가즈유키 와캐피털 관계자는 "세계적인 규모로 채권 가격의 재평가가 일어나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며 국채 발행을 늘리는 가운데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도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닛케이는 안전자산인 국채조차 충분히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졌으며 AI 투자 확대까지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장기침체와 세계적인 저축과잉을 전제로 했던 과거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 국채금리 3% 돌파가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3%가 높은가'가 아니라 '3%가 금리 상승의 끝인가'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