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너무 잘나가도 문제?…CNBC "급격히 꺾이면 경제 충격"

"수출 증가 대부분 반도체가 주도…급격한 업황 둔화 땐 충격"
내수·전통산업이 공백 메울지가 관건…과도한 의존은 아니라는 반론도

2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ASPS)'에 최신 반도체 패키징 응용 장비 및 다양한 반도체 관련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026.8.26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황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가 갑자기 꺾일 경우 오히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CNBC가 분석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제는 반도체 호황 이후를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됐다고 CNBC는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의 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9% 급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제프 응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아시아 거시전략 책임자는 "추산하면 8월 전체 수출 증가분의 거의 80%를 반도체가 차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압도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에서 업황이 꺾일 경우다. CNBC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것은 반도체 호황이 끝나느냐 자체보다 어떤 속도로 둔화하느냐라고 분석했다.

데이브 치아 무디스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경기가 서서히 둔화한다면 한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러운 정체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경고했다.

치아는 한국 경제가 이미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문과 상대적으로 부진한 다른 부문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그 공백을 메워야 할 산업들이 현재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는 시점에도 통화긴축이 이어진다면 충격을 흡수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아는 이런 경우 "내수가 그 자리를 대신할 만큼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비롯한 전통적인 수출산업이 반도체의 빈자리를 곧바로 채우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8월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여름휴가와 부분 파업 같은 일시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치아는 미국의 관세와 미국 현지생산 확대가 보다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현재의 반도체 호황을 한국 경제의 '과도한 의존'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호민 리 스위스 롬바르오디에 수석 거시전략가는 한국의 반도체와 기술제품 수출 호황이 이례적으로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과도한 의존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한국에는 세계 경제가 성장할 때 함께 호조를 보이는 다른 경기민감 산업도 있기 때문이다. 리 전략가는 반도체 성장세가 둔화하더라도 다른 경기민감 업종이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면 한국 경제가 연간 2~3% 수준의 실질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응 SMBC 전략가 역시 향후 12개월 동안 한국의 전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높은 기저효과와 가격 안정으로 증가 속도는 지금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이 완만하게 둔화한다면 다른 수출산업과 내수 회복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꺾일 경우 반도체가 한국 수출과 성장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이 경제의 약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