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채 3% 시대에 해외자금 '유턴'…美국채 큰손이 돌아선다
日투자자 올해 해외채권 3조엔 순매도…2022년 이후 최대
기업연금도 日국채 비중 확대 움직임…글로벌 장기금리 상승 압력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국채 금리가 30년 만의 고점을 돌파하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 채권에서 자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이자 글로벌 채권시장의 대표적인 큰손인 일본의 해외채권 수요가 줄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해외 채권을 3조 엔(약 187억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이 급락했던 2022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대 규모의 순매도다.
아직 일본이 보유한 2조 400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보유액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와이드너 라자드자산운용 글로벌 채권 공동대표는 일본 투자자들과 직접 대화해 이런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며 "그들은 아마 25년 동안 엔화 표시 증권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엔화 증권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자산을 재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을 촉발한 것은 일본 국채 수익률의 급등이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일 3%를 돌파해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이 수준에 올라섰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2년 동안 약 2.1%포인트 올라 3배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차는 2년 동안 1%포인트(100bp) 수준으로 좁혀졌다.
해외 채권에 투자해야만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던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 위험과 환헤지 비용까지 감수하면서 미국 등 해외 채권을 살 유인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도쿄의 자산운용사 심플렉스자산운용의 지바 도시노부 펀드매니저는 미국 국채에 대해 약세 전망으로 돌아선 반면 최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고점을 찍기 직전부터 매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바는 "10년물을 3% 이상에서 사는 것은 쉽다"며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도 지금 매수할 강력한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돈을 빼 일본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도 일본 투자자들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호주 채권시장에서 최대 해외 투자자였다. 라이언 엘리스 씨티 호주·뉴질랜드 시장영업 대표는 올해 일본 투자자들이 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리기보다 기존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수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시장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자산배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이 일본 기업연금 82곳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채권 보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연금의 순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높은 환헤지 비용 때문에 해외 채권 보유는 계속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규모인 1조 8000억 달러의 일본 공적연금(GPIF)이 실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GPIF의 국내 자산 비중 확대 가능성을 거론했을 당시 글로벌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일 정도로 일본 자금의 움직임은 세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나카지마 마사유키 미즈호은행 수석 전략가는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환헤지를 감안한 국내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다"며 "해외 자산에서 일본 채권으로의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 국채뿐 아니라 프랑스와 호주 등 세계 주요국 국채시장에서 주요 투자자로 자리 잡고 있다. 저스틴 오누에쿠시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갑자기 미국 국채와 글로벌 채권의 한계 매수자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채와 해외 채권 사이의 상대적인 가치 차이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이 실제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자금의 움직임이 글로벌 채권시장에 미치는 핵심적인 영향은 일본이 보유 중인 해외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신규 매수를 줄이는 데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일본의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해외 자산을 단기간에 처분할 가능성은 낮다. 일본 국채금리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국내 채권 매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저축자금 가운데 하나인 일본의 추가 수요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장기금리에는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채권 전략가는 "핵심은 대규모 자금의 본국 회귀가 아니라 일본이 점차 해외 채권의 한계 매수자 역할을 그만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저축자금 가운데 하나에서 추가 수요가 감소하면서 글로벌 기간 프리미엄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도 이러한 자금 이동을 가속할 수 있다. 케빈 토제 카르미냑 투자위원은 엔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려면 이달 회의를 여는 BOJ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규모 재정지출 추진도 일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10년물 금리 3% 돌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적절한 국채 관리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이터는 주요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환율 위험도 높아진 상황에서 일본 투자자들에게 해외에서 추가 수익률을 좇는 것보다 자국 채권에 투자하는 선택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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