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기금리 왜 안 떨어지나…40조달러 빚·AI에 국채 수급구조도 변해

가격 민감한 헤지펀드가 국채 '한계매수자'로…기간 프리미엄↑
빅테크 올해 AI 투자 7300억달러…우량 회사채와 美국채 자금유치 경쟁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급등세가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40조 달러를 넘어선 국가부채와 국채 매수층 변화,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조달까지 맞물리며 미국 국채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재무부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들이 금리 하락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월가의 분석이 나온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T.로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세인 글로벌 채권투자 책임자는 로이터에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막대하게 증가하는 재정적자를 해결할 신뢰할 만한 계획을 내놓기 전까지 채권시장은 '미안하지만 돈을 빌려줄 수 없고 빌려주더라도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의 구성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후세인은 "현물 채권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 않아도 미 국채 물량을 받아주던 '가격에 둔감한 투자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국채도 '위험자산'처럼 재평가…기간 프리미엄 상승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변화는 장기금리의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다. 투자자가 수십 년 동안 자금을 묶어두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말한다.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지만 재정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연방정부 부채는 이미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기대까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금융학 교수이자 스탠퍼드경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인 한노 루스티그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논문에서 "채권 투자자들이 미 국채의 안전성에 점점 더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채를 위험이 있는 채권으로 재평가했다"고 분석했다.

국채를 사는 주체 자체가 달라진 것이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해외 중앙은행처럼 수익률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장기간 국채를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주요 매수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헤지펀드 등 가격에 훨씬 민감한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채시장의 '한계매수자', 즉 추가로 공급되는 국채의 가격을 사실상 결정하는 투자자가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시장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도 더 취약해졌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가격에 민감해진 한계매수자는 장기 국채가격의 변동성을 높이고 금리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

라이언 스위프트 BCA리서치 미국 채권 전략가는 이러한 시장 구조의 변화가 최근 몇 달 사이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됐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일러스트 ⓒ 로이터=뉴스1
AI 기업도 자금 블랙홀…美국채와 투자자 돈 놓고 경쟁

AI 투자 열풍도 미 국채시장에 새로운 부담으로 등장했다. 월가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올해 AI 인프라에 7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000억 달러에서 80% 이상 급증하는 규모로, 상당 부분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이 미 재무부와 사실상 같은 장기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한다는 점이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높은 이익 증가율과 풍부한 잉여현금흐름을 갖추고 있어 일부 투자자에게는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미국 정부보다 오히려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된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미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가 동일한 장기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두 채권 사이의 금리 격차인 스프레드가 극도로 좁아지고 있다며 "어느 정도 투자자들은 회사채를 더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은 정부와 달리 디폴트 위험이 있다. 하지만 현재 장기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워낙 탄탄해 위험이 크지 않다고 투자자들은 평가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이익은 2분기 52% 급증했다. 미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기업이익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고인 13.2%까지 높아졌다.

다만 AI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미 국채 수요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만으로 최근 금리 상승을 모두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채 공급 증가뿐 아니라 국채를 받아주는 투자자들의 성격이 장기간에 걸쳐 바뀌어왔다는 수요 측 변화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유가·인플레까지 겹쳐…베선트 장기금리 억제 '난제'

여기에 이란을 둘러싼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를 계속 웃도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까지 상승하면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장기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 역시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최근 미 장기금리 상승에는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전망이라는 단기 요인뿐 아니라 막대한 국채 공급, 기간 프리미엄 상승, 국채 매수층 변화와 AI 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베선트 재무장관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국채의 공급과 수요를 좌우하는 상당수 요인이 재무부의 통제 밖에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구세이 프린시펄자산운용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부채를 통제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의지가 누구에게도 없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 목표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6.9.1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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