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머스크, 컨테이너선에 35m '풍력 돛' 장착…연료·탄소 절감
英 아네모이 로터세일 시범 설치…바람 이용해 선박 추진력 보조
연료 5~25% 절감 가능…해운 탄소규제·중동전쟁發 연료비 상승에 관심↑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2위 컨테이너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Maersk)가 컨테이너선에 대형 '풍력 돛'을 설치한다. 탄소배출 규제강화와 연료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업계가 수천 년 전부터 사용했던 바람의 힘을 첨단 기술로 되살리는 것이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머스크는 영국 풍력 추진장치 업체 아네모이(Anemoi)와 계약을 맺고 중형 컨테이너선에 높이 35m의 원통형 풍력 추진장치인 '로터 세일'(rotor sail) 설치하기로 했다.
머스크가 컨테이너선에 풍력 돛을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FT는 전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연료 사용량과 탄소배출권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로터 세일은 전통적인 천 형태의 돛과는 전혀 다른 원통형 장치다. 바람을 받으며 원통을 회전시키면 회전하는 물체 주변에서 압력 차이가 발생해 이를 이용해 선박을 앞으로 밀어주는 추진력을 얻는다.
이번 로터 세일은 선박 앞부분에 수직으로 고정되며 아네모이가 제작하는 다른 제품 가운데는 항구에 들어갈 때 눕힐 수 있는 형태도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은 갑판 대부분을 화물 적재에 사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풍력 추진장치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로터 세일은 여유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조선에 주로 설치됐고 벌크선과 자동차 운반선 등에도 활용됐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은 정해진 항로를 반복적으로 운항한다는 장점이 있다. 항로별 바람과 선박 운항속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어 바람이 강한 항로를 선택하면 풍력 추진장치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머스크의 올레 그라 야콥센 선대기술 책임자는 이번 사업에 대해 풍력 추진 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을 축적하고 머스크 선단과 컨테이너 해운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가 풍력 기술에 다시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해운업을 배출권거래제(ETS)에 포함했고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를 낮추도록 하는 규제도 도입했다.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회원국 간 이견 속에서 해운업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협상하고 있다.
해운업은 현재 전 세계 연간 탄소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국제풍력선박협회(IWSA)에 따르면 총톤수 400톤을 넘는 선박에 설치된 상업용 풍력 추진장치는 현재 약 110개에 달한다. 추가로 80~90개가 주문됐으며 약 50개가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개빈 올라이트 IWSA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설치 건수가 매년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동전쟁으로 연료비가 상승한 것도 풍력 추진 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피터 제임슨 매니징디렉터는 선박과 항로에 따라 풍력 추진 기술을 이용한 연료 절감률이 대략 5~25%에 달할 수 있으며 조건이 좋으면 이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아네모이는 자사 로터 세일 한 개가 하루 약 1톤의 연료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하루 약 3톤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일반적으로 선박 한 척에 3~5개의 로터 세일이 설치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로터 세일 한 개 가격은 설치비를 제외하고 60만~120만 달러(약 8억 2000만~16억 4000만 원)다. 여러 개를 설치하면 초기 투자비가 수백만 달러로 불어난다.
제임슨은 풍력 추진 기술의 가장 큰 장애물이 이제 기술보다 상업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선박 소유주가 수백만 달러의 설치비를 부담하지만 실제 연료비 절감 혜택은 배를 빌려 운항하는 용선사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투자비 회수 기간도 일반적인 선박 용선계약 기간보다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 비용과 연료 가격이 계속 높아질 경우 풍력 추진 기술의 경제성은 개선될 수 있다. 머스크의 이번 시범사업은 그동안 유조선과 벌크선 등에 집중됐던 현대식 풍력 추진 기술이 세계 컨테이너 해운시장으로 본격 확산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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