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美·日·유럽 국채금리 수십년래 최고…세계 채권시장 무슨 일?

유가 급등·금리인상 우려에 재정불안까지…美 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
AI 투자 위한 빅테크 회사채 발행도 금리 밀어올려…'채권 자경단' 경계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글로벌 채권시장이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뛰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다 각국의 막대한 정부부채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한꺼번에 시장을 압박한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대형 기술기업들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는 것도 채권금리를 끌어올리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왜 중요한지 로이터의 문답식 기사를 정리해봤다.

세계 채권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일(현지시간) 3%를 돌파해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이 수준에 도달했다. 초저금리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 채권시장에는 상징적인 수준이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2011년, 프랑스 10년물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달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상승한다. 현재 글로벌 국채시장에서 광범위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왜 갑자기 국채를 팔고 있나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우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중앙은행이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금리인상 가능성도 키웠다.

정부 부채 역시 문제다. 미국 국가부채는 최근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독일을 제외하면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상이거나 이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계속 발행하면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이 늘어난다. 투자자들은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

채권금리가 오르는 게 왜 중요한가

국채 금리는 경제 전반의 '기준 금리' 역할을 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학자금대출부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까지 함께 상승한다. 대출 비용이 높아지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돼 경제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과 함께 최근 약 6.7%로 올라 1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도 타격을 받는다. 기존 국채의 만기가 돌아와 새 채권으로 차환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정부 이자비용은 GDP의 거의 4%까지 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 평균의 약 2배에 달한다. 국방비보다도 많은 규모다.

금융시장에도 파장이 번진다. 안전자산인 국채에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주식을 보유할 유인이 그만큼 줄어든다.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여러 시장에서 거래하는 헤지펀드에도 금리 급등은 부담이 될 수 있다.

AI 투자 붐이 왜 국채금리를 올리나

AI 데이터센터와 모델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형 기술기업들이 회사채를 쏟아내고 있는 점도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원인이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AI 하이퍼스케일러는 올해 들어 이미 22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의 2배가 넘는다.

AI 투자를 위한 차입 증가로 올해 글로벌 회사채 발행액은 지금까지 사상 최대인 4조900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원리는 수요와 공급이다.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 위해 채권을 대량 발행하면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회사채 금리가 올라가면 국채도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AI 기업 회사채로 이동하면 국채를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 국채 수익률 역시 높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채금리 상승을 막을 수 있나

시장 불안이 심각해지면 개입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최근 국채 바이백을 확대했다. 시장에서 기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조치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발표 직후 채권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이후 장기 국채 금리는 다시 상승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국채 금리와 국가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를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앙은행도 시장이 심각하게 흔들리면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다. 영란은행(BOE)은 2022년 영국 '미니 예산' 사태 당시 국채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자 긴급 채권매입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특정 국가의 차입 비용이 '정당화되지 않을 정도로 무질서하게' 급등할 경우 통화정책 전달경로 보호장치(TPI)를 통해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국가는 유럽연합(EU)의 재정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채권 자경단'이 돌아온 것인가

로이터에 따르면 아직 현재의 국채 금리 상승을 채권 자경단의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다고 판단되는 정부의 국채를 팔거나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해 시장의 힘으로 재정규율을 압박하는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을 뜻한다.

현재 금리 상승은 정부의 차입 증가와 높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비교적 질서 있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단기적으로 채권시장 압박은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려면 각국 정부가 부채를 줄이거나 경제성장을 높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중앙은행 역시 인플레이션 억제에 실패한다는 우려가 커질 경우 투자자들은 국채를 사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 그때는 '채권 자경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커진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