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잇단 시장개입에 유럽 중앙은행들 불안…"다음엔 뭐냐"
엔화 매수 때 유로 팔고도 사전 통보 없어…유럽 '격분'
美, 장기채 바이백 이어 달러 스와프라인까지 정치개입 우려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유럽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미국의 잇따른 금융시장 개입을 두고 글로벌 금융협력의 오랜 관행이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서면서 유로화를 매도하고도 유럽 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추가적인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은 행사 기간 유럽 측에 기존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연준과 행정부가 분리돼 있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까지 보장할 수는 없었다고 행사에 참석한 6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유럽 당국자들은 최근 미 재무부가 엔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장기 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바이백(조기상환)을 확대하는 등 이례적인 조치에 잇따라 나선 점을 특히 우려했다. 이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추가적인 시장 개입과 기존 관행의 훼손을 예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일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후 미 재무부가 엔화를 매입하기 위해 유로화를 매도했다고 확인하면서 유럽 중앙은행들에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자산 재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에는 엔화 매입에 사용한 외환자산이 재무부 외환안정기금(ESF)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미국이 유로화를 매도하면서도 통상적인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데 특히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격분할 일이었다"며 "이런 경우에는 항상 전화를 걸어 미리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자신에게 준 메시지는 "미국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미·일 공동 개입 자체가 워낙 이례적이었던 만큼 미국 측의 단순한 실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미국 측은 엔화 개입이 무질서한 시장 움직임에 대응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다른 국가를 겨냥한 조치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이 장기 국채 바이백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유럽 중앙은행들의 경계 대상이다.
유럽 당국자들은 엔화 개입과 마찬가지로 바이백 확대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례적인 수단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런 개입은 일반적으로 일시적인 효과만 낸다"며 "하지만 그들이 분명히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인가. 연준에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도록 압박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국 측은 장기채 바이백 확대가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통화정책도 아니고 금리에 상한선을 두려는 시도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만 미 재무부 당국자는 지난 27일 장기금리가 재무부가 판단하는 '적정 가치'보다 높아졌다며 "장기물 금리를 낮추는 데 정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정치적 개입이 궁극적으로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 사이의 달러 유동성 안전판인 '달러 스와프라인'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했다.
스와프라인은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달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연준이 주요 중앙은행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로 글로벌 금융안정의 핵심 안전판으로 꼽힌다.
한 유럽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까운 동맹국을 상대로도 보복성 무역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그들이 우리를 뜯어먹고 있다'며 스와프라인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관계자들은 현재 스와프라인이 위험에 처했다는 징후는 전혀 없으며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스와프라인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승인하고 연준이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미 재무부 역시 "연준의 유동성 공급제도와 스와프라인에 관한 결정은 연준에 있다"며 엔화 개입이나 국채 바이백이 이를 달리 시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취임 한 달여 만에 유럽을 방문해 현지 중앙은행 당국자들과 관계 구축에 공을 들였으며 대체로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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