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發 '달러 가치 희석' 우려에 금 10% 급등…강세 베팅 확산

장기채 바이백 확대에 달러 약세…금, 1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 눈앞
금·환율 묶은 이색옵션으로 상승 베팅…비트코인도 8만달러 돌파

서울 시내 한 금은방에 진열된 골드바 모습. 2026.8.17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상환) 확대 방침으로 달러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금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옵션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다만 연초 금값 급등 때와 달리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번 상승세는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투자자들은 최근 단순한 콜옵션뿐 아니라 콜스프레드와 이색옵션(exotic option) 등을 활용해 금값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이 10~30년 만기 미 국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고 금과 비트코인 등 이른바 '통화가치 희석(debasement)' 수혜 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달러 구매력 하락에 대비해 실물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금 현물 가격은 8월 들어 약 10%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금값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강조한 뒤 지난 28일에는 하락했지만 8월 전체로는 큰 폭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아카시 도시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글로벌 금·금속 전략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시장을 통해 다시 금 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과 같은 실물자산을 매수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에 대해 "잠시 멈춰 있었을 뿐 죽은 것은 아니었다"며 9월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과 다른 금 랠리…"변동성 상대적으로 낮아"

다만 투자자들의 금값 상승 확신은 올해 초보다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금값이 급등했을 당시와 달리 최근 투자자들은 단순 콜옵션을 대량 매수하기보다는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셰어즈(GLD)의 콜스프레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콜스프레드는 행사가격이 다른 콜옵션을 동시에 사고팔아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금값이 오를 때 이익을 얻지만 상승에 따른 최대 수익은 제한되는 대신 옵션 매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색옵션 역시 금 강세에 베팅하는 비용을 낮추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는 "이번 8월 움직임은 귀금속시장에서 지난 1월 나타났던 '볼마게돈(Volmageddon)' 당시 가격 움직임과 파생상품 거래에 비해 훨씬 질서정연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금 옵션의 내재변동성은 상승했지만 1분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값 상승에 베팅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옵션 스큐(skew) 역시 당시보다 좁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니라지 초드리 유럽·중동·아프리카 이색옵션·플로우 책임자는 "연초와 다른 점은 금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다음 상승 국면에서도 상승폭이 제한돼 온스당 4900~5300달러 범위에 머물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환율 묶은 이색옵션까지 등장

투자자들은 금과 다른 자산을 함께 묶은 이색옵션으로도 금값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금뿐 아니라 두 번째 자산이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듀얼 디지털' 옵션을 이용하면 금 강세 베팅에 필요한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특히 금과 환율을 결합한 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드리는 금과 달러·엔을 묶어 금과 달러가 동시에 상승하는 시나리오에 베팅하거나 금과 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이 만기 때 일정 범위 안에 머무는 조건을 설정하는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유가·환율 등 세 자산을 동시에 묶은 '트리플 바이너리' 거래도 등장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목표로 하는 10~20배보다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BofA의 조지프 쿠리 유럽·중동·아프리카 주식파생상품 구조화 책임자는 최근 몇 달간 금을 상승 포지션으로 포함한 듀얼 디지털 옵션 거래가 두드러졌다며 "금의 투자 논리는 하나의 거시경제 시나리오에 의존하지 않는다. 금값이 상승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여러 개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 약세의 수혜는 비트코인으로도 확산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19일 이후 12% 급등해 한때 8만 달러를 넘어섰다. 19~21일 사이 무기한 선물시장에서 25억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 하락 베팅이 청산되면서 숏스퀴즈가 가격 상승을 더욱 증폭시켰다.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도 지난 19일 이후 20억 달러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다만 숏포지션 청산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고 차익실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 여부는 강제적인 숏커버링보다 신규 현물 수요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달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