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에 국채금리 급등…G7 이자비용 벌써 23조원 늘었다
FT 분석, 전쟁 이후 추가 조달비용 160억달러…美 106억달러로 최대
고금리 지속시 내년 1Q까지 340억달러 추가 부담…美 10년물 5% 경고선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전 세계 국채금리가 뛰면서 주요 7개국(G7)이 새로 부담하게 된 국채 이자비용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재정적자 확대, 인공지능(AI) 투자 붐까지 겹치면서 각국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G7 정부의 국채 발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채금리 상승에 따라 G7이 추가로 떠안은 국채 조달비용은 약 160억 달러(약 23조 원)로 추산됐다.
현재의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1분기 말까지 추가 조달비용은 약 34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FT는 각국 재무당국이 공개한 향후 국채 발행 계획과 만기별 발행 패턴을 토대로 이를 추산했다.
전쟁 발발 전인 2월과 비교하면 현재 G7 국가가 발행한 거의 모든 만기의 국채가 당시보다 높은 금리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존 국채의 금리가 상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가 새로 국채를 발행할 때 부담해야 할 이자도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추가 비용의 가장 큰 몫은 세계 최대 국채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부담했다. FT는 전쟁 이후 금리 상승으로 미국이 지금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된 국채 조달비용을 약 106억 달러로 추산했다. 현재 수준의 금리가 내년 1분기 말까지 이어질 경우 여기에 217억 달러가 더해질 수 있다.
미 국채금리는 최근 정부부채 증가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을 정책당국이 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겹치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장기 국채 바이백을 확대해 장기금리를 낮추려 했지만 상승 압력을 꺾지는 못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10~30년 만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의 두 배로 늘리는 등 장기금리 안정에 나섰지만 시장의 재정·물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일본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발생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진 영향이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G7 국가들이 부담한 추가 조달비용은 전체의 3분의 1을 조금 넘었다.
추가 비용 자체는 각국의 전체 정부지출에 비하면 아직 크지 않지만 이미 재정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채권금리 상승의 충격은 정부 재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금리 상승은 주식과 신용시장에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라며 추가적인 금리 상승이 주식과 회사채 모두에 부정적인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경우 주식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예상했다.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기업의 차입비용 상승으로 이익도 압박받기 때문이다.
쿠마르는 세계적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확장적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중간선거와 유럽의 여러 선거를 앞두고 대중영합적 정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고금리 환경에서 재정적자를 줄이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와 지정학적 불안도 국채금리를 밀어 올릴 요인으로 꼽혔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즌 소장은 인플레이션 위험 이외에도 미국과 프랑스, 일본, 영국, 독일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비와 고령화 관련 지출, 인프라 투자 확대에 더해 미국 이외 지역의 친환경 투자 증가도 실질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확대도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투자자금을 놓고 국채와 경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차입비용 상승이 "재정 지속가능성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 상승을 통해 경제활동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주택시장이 이미 정체된 상황에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7%를 넘어설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그는 경고했다.
경제 성장세가 견조한 점도 역설적으로 국채에는 부담이다. 성장 기대가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을 지지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를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정 우려와 AI '하이퍼스케일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국채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셸 마르티네즈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현상을 "자본이 이전보다 덜 풍부한 세계에 대한 가격 재평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부 차입이 AI 투자 붐은 물론 국방, 에너지 전환, 제조업 재건 등 구조적인 투자 수요와 한정된 저축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금리 상승을 곧바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기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잔루카 살포드 유럽 금리전략 책임자는 최근 흐름이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지배했던 2010년대 이전의 환경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러 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이 구조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각국이 결국 재정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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