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입만 보지 마라"…'말 줄이겠다'는 워시가 던진 금리인상 힌트
포워드 가이던스 "유효기간 지났다"…시장과 연준 '거울의 방' 경계
"인플레 충분히 안 내려가면 할 일 있다"…결국 시장에 금리경로 단서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조용한 연준(quieter Fed)' 구상을 구체화했다. 시장이 연준의 말 한마디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한 안내,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워시 의장은 취임 후 첫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단서를 던졌다. '연준의 입만 바라보지 말라'면서도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다음 금리 결정에는 힌트를 준 셈이다.
워시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유효기간을 넘겼다(overstayed its welcome)"고 평가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연준이 향후 금리나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해 시장의 기대를 유도하는 정책 수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낮춘 상황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정상적인 경제 환경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워시 의장의 판단이다.
그는 특히 연준과 금융시장이 서로의 신호를 쫓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이 연준의 발언을 토대로 향후 금리 경로를 예상하고 자산 가격을 움직이면, 연준이 다시 이 같은 시장 가격을 경제 전망과 정책 판단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워시 의장은 "시장 참가자들이 다음 거래를 위해 주로 연준을 바라보도록 하는 체제를 연준이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중앙은행이 시장의 기대를 세세하게 관리하려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금리를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공식화하는 '반응함수(reaction function)'에도 선을 그었다. 특정 경제지표와 금리 수준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테일러 준칙과 같은 방식 역시 복잡한 현실 경제를 통화정책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워시 의장이 구상하는 연준은 이전보다 소통을 줄이고 시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중앙은행에 가깝다. 미래 금리를 약속하기보다 물가와 고용 등 실제 경제 상황을 보고 매번 정책을 결정하고, 시장 역시 연준의 발언이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스스로 금리 경로를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잭슨홀 연설은 역설적으로 시장에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한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리 수준이나 인상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물가 둔화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워시 의장의 '조용한 연준'에 결국 "약간의 가이던스(a smidgen of guidance)"가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이 통화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까지 만들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결국 워시의 '조용한 연준'은 연준이 시장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시장이 연준의 모든 발언에서 다음 금리 결정을 읽어내려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다만 취임 이후 연준의 정책 신호가 이전보다 불분명해졌다는 시장의 불만이 나온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까지 줄어들 경우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도 있다.
워시 의장이 '말을 줄이면서도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앞으로 연준 운영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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