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엔화 개입이 되레 '엔캐리' 부추겼다…해외자산 5조엔 순매수

美日 공동개입에 엔화 164→155엔 급등하자 해외자산 저가매수 기회
엔화 다시 159엔대로 후퇴…"금리차 유지되는 한 엔캐리 유인 여전"

일본 엔과 미국 달러화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했지만 오히려 일본 투자자들의 엔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화 강세를 해외자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과 장기채 매수가 급증했다.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 집계 결과 이달 15일까지 2주 동안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주식과 장기채를 5조엔 넘게 순매수했다. 직전 2주 동안 3000억엔 넘게 순매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일본 투자자들이 유리해진 환율을 이용해 해외자산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제스퍼 콜 모넥스그룹 전문이사는 "외환시장 개입이 펀더멘털과 장기 투자자들의 캐리 트레이드에 불을 붙였다"며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해외 투자 수익률보다 낮은 한 캐리 트레이드는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강세를 해외자산 매수 기회로…개입 효과 빠르게 퇴색

당국의 개입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4엔 안팎에서 155엔 수준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하며 다시 159엔 부근으로 밀렸다.

CNBC는 당국이 엔화 가치를 다소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본에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해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하려는 근본적인 유인은 거의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단기간의 엔화 강세가 일본 투자자들에게 해외자산을 더 유리한 환율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에서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 채권전략가는 장기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엔화를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강해진 엔화를 이용해 비(非)엔화 자산, 특히 수익률이 높은 미국 단기 및 장기 국채에 새로운 포지션을 구축했다.

루 전략가는 "개입 이전보다 시장의 포지션이 훨씬 일방적이지 않게 됐지만 미일 금리차가 큰 상태를 유지하는 한 엔화로 자금을 조달할 유인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 탄 인도수에즈 웰스매니지먼트 아시아 수석전략가는 일본의 낮은 자금조달 비용과 주요국과의 큰 금리차를 지적하며 "개입은 '증상'만 해결했을 뿐 '질병'을 치료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엔화 다시 159엔대로…BOJ 금리인상 압력

개입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일본은행(BOJ)이 미국과의 금리차를 실질적으로 좁힐 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엔화 약세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20일 기준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차는 약 1.8%포인트에 달했다.

CNBC는 개입에 따른 엔화 강세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엔화 강세를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할 계기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포지션을 구축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저금리 엔화를 매도하고 금리가 높은 주요 10개국(G10) 통화를 매수하는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애시윈 빈와니 알파빈와니캐피털 창업자는 기관투자자들의 캐리 트레이드가 호주달러를 중심으로 한 G10 통화 바스켓에 여전히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 베팅을 다시 구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빈와니는 미국이 지원한 외환시장 개입 이후 달러·엔 매수 포지션을 청산했다가 환율이 157엔을 조금 넘어서자 다시 매수 포지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향후 엔화가 다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국의 개입으로 엔화가 급등할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엔화를 매도할 수 있는 더 좋은 진입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기세력의 엔화 약세 베팅 자체는 개입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6월 말 약 13만8000계약에서 이달 11일 기준 5만9526계약으로 감소했다. 당국이 실제 시장 개입 의지를 보여준 영향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