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는 시장에 맡기자는데 베선트는 개입…美 통화·재정정책 엇박자

재무부 장기채 바이백 2배 확대…연준 '시장 주도 금리 형성' 기조와 충돌
장기금리 낮추면 사실상 통화완화 효과…인플레 잡으려는 연준 셈법 복잡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7.1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바이백(조기상환)을 대폭 확대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시장이 경제 상황을 반영해 스스로 적정 금리 수준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반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최근 급등한 장기금리가 경제의 기초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며 직접 개입에 나섰다.

워시 "시장에 맡겨야" vs 베선트 "금리 못 믿어"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운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2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조치는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준의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악시오스 역시 워시 의장이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형성을 확대하려는 시점에 베선트 장관이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개입하면서 상반된 정책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시장이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일 여지를 넓히려 하지만 재무부는 시장 움직임이 불편한 수준에 이르면 워싱턴이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설명이다.

재무부와 연준의 정책 방향이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장기금리가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등 실물경제의 차입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바이백으로 장기금리가 낮아지면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연준 역시 국채 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낮출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시장을 안정시키고 장기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 자산매입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현재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연준이 장기채 매입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통화정책 완화에 해당할 수 있어 물가 안정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워시 의장은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에 오랫동안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며 현재 약 6조8000억달러인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시장이 연준의 포워드가이던스를 따라 움직이는 대신 경제 상황을 토대로 스스로 금리 수준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와 연준의 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을 부인했다. 그는 재무부와 연준이 대차대조표에 변화가 있을 경우 협력할 것이라며 연준의 자산 축소에 맞춰 재무부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과 바이백 정책이 충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주 발표한 바이백 결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6.7.30 ⓒ 로이터=뉴스1
"연준 개입 문턱 높아…시장 기능 장애 없어"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재무부와 함께 장기 국채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로이터에 "연준이 시장 안정을 위한 매입에 나설 문턱은 현재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엄청나게 악화되고 시장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을 전혀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단기금리를 통제하는 능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은 정책금리 목표 범위가 고용과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통화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달립 싱 PGIM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재무부의 조치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린 근본적인 배경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재무부에서 근무했던 싱 이코노미스트는 재무부가 실제 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키고는 있지만 이를 해결할 "신뢰할 만한 전략 없이"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워시 의장이 시장에 더 많은 금리 결정권을 넘기려는 상황에서 베선트 장관은 장기금리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 개입을 확대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악시오스는 연준이 시장 움직임을 경제에 대한 신호로 보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는 같은 장기금리 상승이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생활비 부담' 문제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바이백이 실제로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하면 오히려 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기금리 하락으로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융여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블레이크 그윈 RBC캐피털마켓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금리 동결 논리의 일부가 장기금리가 '연준의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베선트의 조치로 국채(가격)가 크게 랠리한다면 이론적으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금리가 하락하면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낮아져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만큼, 물가를 억제하려는 연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더 높여 이를 상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AFP=뉴스1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