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3개월 만에 최저…씨티 "美장기금리 낮추는 대가는 弱달러"
도이체방크 "완만한 금융억압"…金·고금리 신흥국 통화 수혜 전망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국채 바이백(조기 환매)을 확대해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면서 그 대가로 달러 약세가 심화할 수 있다는 월가의 전망이 나왔다.
씨티그룹은 19일(현지시간) 재무부가 장기 국채금리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이어갈 경우 단기적으로 달러에 추가 하락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씨티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이런 방식으로 금리를 낮추기 위해 치러야 할 가장 큰 대가는 통화(달러) 약세"라고 밝혔다.
재무부가 10~30년 만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장기금리가 급락했고 달러도 동반 하락했다. 달러지수는 장중 0.8% 떨어져 5월 12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주요 10개국(G10) 통화가 모두 달러 대비 상승했고 엔화는 한때 1% 뛰었다.
씨티는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억누르는 동안 달러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달러를 조달통화로 활용해 금리가 높은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기존에는 캐나다달러와 스위스프랑을 조달통화로 선호했지만 이제 달러를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금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금리가 재무부의 개입으로 보다 통제될 가능성과 연준이 앞으로 두 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장기채 비중을 낮게 가져가던 기존 투자전략도 철회했다.
씨티는 "현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존 베팅을 줄이고 다시 금 매수와 달러 매도로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 역시 재무부의 최근 정책을 달러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는 이번 국채 바이백 확대와 일본의 엔화 매입에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레포기구를 활용하도록 독려한 조치를 모두 장기 국채금리를 억제하기 위한 "완만한 형태의 금융억압(soft-form financial repression)"으로 규정했다. 그는 "두 가지 조치 모두 달러에 부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과 일본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당시 조치 역시 일본이 엔화 방어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보유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하면서 미국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버코어ISI는 이번 국채 바이백 확대가 외환시장 개입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고 평가했다. 에버코어ISI 전략가들은 "바이백 확대는 외환시장 개입과 닮았다"며 재무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지속되면 투자자들이 정책 변화와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달러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가 연준의 기준금리 경로에도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장기금리 하락은 기업과 가계의 차입비용을 낮춰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준 입장에서는 재무부가 반대 방향으로 금융여건을 움직이는 셈이다.
도이체방크의 사라벨로스는 다음 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달러의 다음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워시 의장이 바이백을 금융여건 완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를 달러에 추가로 부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여러 위원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적어도 12월 이전에는 금리 인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강달러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최근 일련의 정책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브렌던 페이건 블룸버그 매크로 전략가는 단기금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재무부 발표 직후 달러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이번 조치를 장기 국채시장의 스트레스를 인위적으로 완충하려는 정책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달러 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과 베선트의 저평가 통화 관련 발언,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 구상 등 일련의 움직임은 그와 다른 방향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달러 약세가 미국 제품의 해외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때때로 달러 가치 하락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베선트의 시장 개입이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신 달러에 부담을 전가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평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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