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금리 엇박자에 공동개입 약발 '뚝'…美CPI 앞 엔화 안갯속
추가 개입에 엔화 단기 강세·중기 약세 베팅…BofA "방향성보다 유연성"
베선트 "BOJ 긴축 필요" vs 다카이치 금리인상 신중…공동개입 효과 절반 반납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일본이 28년 만에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지만 달러당 엔화 환율이 다시 160엔에 근접하면서 개입 효과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엔화 약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일본은행(BOJ)의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미국과 금리 인상에 신중한 일본 정부의 시각차가 공동 방어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외환시장에서도 엔화의 방향성을 둘러싼 확신이 사라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일의 추가 공동개입에 대비해 엔화 강세에 베팅하면서도 중기적으로는 다시 엔화가 약해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상반된 거래가 동시에 이뤄진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미국은 일본과 함께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당시 달러·엔 환율은 40년 만의 최고인 163.99엔에서 개입 직후 155.20엔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다시 상승해 12일 오후 도쿄외환 시장에서 160엔에 접근하면서 개입으로 얻었던 엔화 강세폭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블룸버그는 그 배경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이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근본적인 시각차가 있다고 짚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일본의 인플레이션과 엔화 약세를 해결하기 위해 BOJ의 통화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8월에는 BOJ가 금리 인상에서 "뒤처져 있다(behind the curve)"고 지적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다카이치 정부가 BOJ에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는 정책적 공간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꺾을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BOJ가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1%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미·일 공동개입에 나선 동시에 BOJ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끌어올리면서, 통화정책에서는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인 금리차를 그대로 둔 셈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피터 바살로 BNP파리바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당시 BOJ의 동결 결정에 대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엔화를 낮은 금리로 빌려 미국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트레이드' 유인도 살아 있다.
CNBC에 따르면 제스퍼 콜 모넥스그룹 이사는 "개입이 시장을 겁먹게 했지만 돈은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금융의 법칙까지 막지는 못했다"며 "일본에서 돈을 빌리는 비용이 해외 투자 수익률보다 낮은 한 캐리트레이드는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다우딩 RBC글로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카이치가 성장을 위해 완화적인 정책을 선호하지만 엔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높여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OJ가 금리를 올리지 않은 채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인다면 "외환시장 개입은 실패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불확실성은 옵션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엔 1주일물 옵션의 내재변동성은 12일까지 이틀 연속 상승했다. 앞서 5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변동성이 다시 높아진 것은 이날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추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만기에 따라 투자 방향이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단기 옵션에서는 미·일 당국의 추가 개입을 우려해 달러·엔 환율 하락, 즉 엔화 강세에 대비하는 풋옵션 수요가 강하다. 반면 만기가 긴 옵션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콜옵션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반 스타메노비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아시아태평양 G10 통화거래 책임자는 "시장은 방향성에 대한 확신보다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돈을 지불하고 있다"며 미국 물가지표와 추가 개입 위험이 동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도 단기적으로는 엔화 강세 방향의 거래가 우세하지만 중기적으로는 달러·엔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들도 섣불리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있다. 앤터니 포스터 노무라인터내셔널 G10 현물거래 책임자는 헤지펀드들의 포지션이 매우 가볍다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엔화를 둘러싼 역학과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았지만 일본 재무성에 맞서고 싶지도 않다"는 점을 꼽았다.
시장은 BOJ가 9월이나 10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카이치 정부 역시 최근 BOJ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추가 인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UFJ리서치앤컨설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는 평소 금리 인상을 선호하지 않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점점 이를 받아들일 의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분수령은 이날 발표되는 미국 CPI다. 미국의 물가 결과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전망과 달러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CPI가 예상을 크게 웃돌 경우 9월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져 미·일 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 강세·엔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뚜렷하게 둔화하면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해 엔화에는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CPI를 앞두고 외환시장에서 단기적으로는 당국의 추가 개입 때문에 엔화를 공격적으로 팔지 못하면서도, 중기적으로는 BOJ의 금리 인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흐름이 바뀌기 어렵다는 쪽에도 베팅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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