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정장 후 亞 돌아오는 외국인…"한국 주식 팔고 대만 산다"

외인, 8월 대만주식 17억달러 순매수…코스피 62억달러 순매도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0.02p(1.42%) 오른 6435.55, 코스닥은 10.34p(1.21%) 하락한 847.50, 달러·원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3.30원 내린 1412.60원을 기록했다. 2026.8.12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지난달 인공지능(AI) 관련주 급락 이후 아시아 증시로 복귀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보다 대만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2일 보도했다.

대만 증시는 AI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안정적인 실적이 강점으로 꼽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최근 메모리주 중심의 AI 랠리와 높은 레버리지 투자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대만 증시에서 6주 연속 이어졌던 순매도를 끝내고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대만 주식을 17억달러어치 순매수한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62억달러를 순매도했다.

올해 아시아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한국과 대만은 지난달 AI 관련주 급락으로 함께 큰 조정을 받았다. 이후 투자자들이 AI주에 다시 진입할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실적 기반이 안정적인 대만으로 자금이 먼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워런 치앙 그랜섬메이요반오털루(GMO)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만 기업들에 대해 "매우, 매우 우량하다"며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지나치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는 올해 한동안 대만을 제치고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대만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다만 두 시장 모두 연초 대비 50% 넘게 오른 상태다.

한국 증시에도 자동차와 조선, 방산 등 다양한 주도 업종이 있지만 최근 AI 랠리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두 회사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전통적으로 가격과 실적의 경기순환성이 강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부담으로 지목된다.

반면 대만은 TSMC의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와 전자부품, 서버 등 AI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 상대적인 강점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는 이런 구조가 메모리 업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최근 AI 랠리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앙 매니저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든 것, 모든 부품이 대만에서 나온다"고 표현했다.

실적 전망에서도 최근 대만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만 자취안지수(TAIEX)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는 9.5% 상향 조정됐다. 코스피 기업은 7.4% 상향됐다. 대만의 이익 전망 상향률이 한국을 넘어선 것은 거의 1년 만에 처음이다.

프랑크 벤짐라 소시에테제네랄 주식 전략가는 대만 기술주가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실적의 경기순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의 높은 레버리지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개별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헤베 천 밴티지글로벌프라임 수석 시장분석가는 "한국은 레버리지와 투기적 포지션의 비중이 훨씬 높다"며 "펀더멘털이 의미 있게 악화하지 않더라도 기대가 조금만 흔들리면 주가가 과도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한국 증시의 매력이 더 커졌다. 코스피의 대만 증시 대비 할인 폭은 이번 매도세를 거치면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아이작 통 애버딘 아시안인컴펀드 수석 투자책임자는 "대만은 한국만큼 조정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대만 증시의 향방은 AI 투자에서 실제 수익이 얼마나 창출되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연구개발(R&D)과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AI 공급망의 성장세가 지속될지가 관건이다.

벤짐라 전략가는 "장기적인 그림은 AI의 수익화(monetization)"라며 "그것이 장기적인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