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지수' 말고 '가츠카레지수'로…"적정 엔화는 달러당 62엔"
BNY멜론, 日 카레 가격으로 구매력 평가…현재 159엔과 큰 격차
"고소득국 구매력 맞추려면 엔화 훨씬 강해져야"…개입 효과는 절반 소멸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이 다시 160엔에 근접하며 슈퍼 엔저가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돈가스 카레 가격으로 따져보면 엔화의 적정 가치는 달러당 62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외환 시장에서는 1달러를 사는 데 약 159엔이 필요하지만 일본에서 실제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면 엔화 가치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높아져야 한다는 계산이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프 유 뱅크오브뉴욕멜론(BNY) 수석 전략가는 일본의 돈가스 카레 가격을 이용해 통화 구매력을 비교하는 '가츠카레 지수(Katsu Curry Index)'를 만들었다.
유 전략가는 세계 최대 카레라이스 체인인 코코이치방야의 약 1500개 매장 가격을 비교했다. 그 결과 구매력 기준 달러·엔 환율은 62.18엔으로 계산됐다.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약 159.23엔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엔화가 실제 구매력에 비해 크게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유 전략가는 "구매력을 고소득 국가 수준에 맞추는 것이 목표라면 이 지수는 엔화가 훨씬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가츠카레 지수는 각국의 햄버거 가격으로 통화 구매력을 비교하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빅맥지수'를 일본 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빅맥지수로 계산해도 엔화는 크게 저평가돼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빅맥지수가 시사하는 달러·엔 환율은 80.30엔이다. 가츠카레 지수의 62.18엔보다는 높지만 실제 시장환율인 159엔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난다.
한국 원화도 비슷하다.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1월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조정 빅맥지수에 따르면 원화는 달러 대비 32.1%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저평가 폭이 3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소득수준을 보정하지 않고 단순히 한국과 미국의 빅맥 가격만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당시 한국의 빅맥 가격은 달러로 환산하면 약 3.7달러로 미국의 약 6.1달러보다 40% 가까이 저렴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의 빅맥지수에서도 아시아 통화의 저평가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지수를 소개한 마켓워치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한국 원화를 실제 구매력에 비해 특히 약하게 거래되는 통화로 꼽았다.
다만 빅맥이나 가츠카레 지수가 실제 환율의 적정 수준이나 향후 방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임금과 임대료 등 국가별 비(非)교역 비용의 차이가 음식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빅맥지수가 순수한 구매력평가(PPP)라기보다 국가별 노동비용과 상업용 임대료 차이까지 상당 부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가츠카레 지수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미국과 일본의 공동 시장개입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일 당국은 지난달 말 엔화가 달러당 163.99엔까지 떨어져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이례적으로 공동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이후 엔화는 한때 155엔대까지 반등했지만 개입으로 얻은 상승폭의 절반가량을 다시 반납했다.
엔화 약세는 해외여행이나 수입품 가격뿐 아니라 일본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음식과 서비스, 소비재 가격으로 번지면서 엔저가 일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유 전략가는 "가츠카레 한 접시나 라멘 한 그릇의 가격마저 일본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면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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