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공동개입에 바뀌는 외환시장…"엔캐리 공식 흔들린다"
"엔화 무기화" 평가까지…대규모 엔 숏 위축·유로 등 대체 조달통화 부상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일본의 전격적인 공동 외환시장 개입이 단순한 엔화 방어를 넘어 글로벌 외환시장의 투자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낮은 이자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전제가 흔들릴 수 있으며, 투자자들이 유로 등 다른 조달 통화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과 일본의 공동 엔화 매수 개입은 과거와 달리 미국 정부가 정치적 지지와 자금조달까지 함께 제공한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주 공동 개입을 통해 달러·엔 환율을 장중 164엔 부근에서 157엔대로 끌어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정의 신호(sign of friendship)"라고 표현했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필요하면 추가 공동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조가 앞으로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넥스그룹의 제스퍼 콜 전문이사는 CNBC에 "일본 재무성과 미국 재무부는 사실상 엔화를 '무기화(weaponized)'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주권국가가 동시에 같은 목표를 위해 국가의 재무 여력을 동원하면 시장은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며 "이번 개입은 단순히 환율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시장 심리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 개입으로 엔화를 조달통화로 활용하는 캐리 트레이드의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X의 빌리 렁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제 대규모 엔화 약세(엔 숏) 포지션을 이전처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공동개입 위험이 현실화한 만큼 유로 등 다른 조달 통화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는 수십 년 동안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대표적인 조달 통화 역할을 해왔다. 투자자들은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기술주나 신흥국 자산 등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미국까지 엔화 방어에 직접 나서면서 엔화 약세를 전제로 한 투자 전략의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일 공동 개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추가 공조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외환시장과 AI 등 위험자산의 자금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엔화를 활용한 캐리 트레이드가 위축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배분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공동 개입은 외환시장에 지정학적 변수도 새롭게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넬대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외환정책이 점점 지정학과 결합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전략적 우방국으로 판단하는 국가들의 통화를 지원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게이드 택티컬로테이션매니지먼트 최고투자전략가(CIS)는 지난해 미국이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지원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같은 재무부, 같은 환율안정기금(ESF), 같은 방식의 국가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외환시장 개입을 단순한 환율 정책이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의 마사히코 루 선임 채권전략가는 "이제 투자자들은 거시경제 변수뿐 아니라 정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까지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며 "시장에는 새로운 정책 변수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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