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의론 걷어낸 빅테크 실적…"수익화 가속·AI투자 지속확대"

MS·아마존·메타 등 클라우드·광고 중심 AI 수익 입증…시장예상 웃돌아
자본지출 늘려 내년엔 1조달러 돌파…반도체 수요 견조에 필반 8% 반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 로고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월가의 우려가 한층 완화되는 분위기다. 지난주 구글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애플 등이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 설비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면서 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30일(현지시간) 8.2% 급등했다.

최근 월가에서는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실적 발표를 통해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시장은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다시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번 실적 시즌이 AI 투자 논란을 끝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AI 투자 확대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시켜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얼마나 빠르게 투자 성과를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느냐가 빅테크와 AI 반도체주의 주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최근 증시 약세는 강세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 과열됐던 시장이 재조정(reset)되는 과정에 더 가깝다"며 "강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The bull market remains intact)"고 평가했다.

아전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룩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은 AI 투자 수익률(ROI)을 놓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 실적으로 MS는 '믿을 수 있는 AI 승자'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실적 발표는 지난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시작했다. 알파벳은 검색 광고와 구글 클라우드 성장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AI 서비스 확대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가 확인됐지만 이미 높아진 시장 기대를 크게 뛰어넘지는 못하면서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MS였다. 전날(29일)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서 애저(Azure) 클라우드 성장률이 시장 전망을 웃돌고 AI 서비스 수요가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날 주가는 15% 급등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4500억 달러 늘어나며 뉴욕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가총액 증가를 기록했다.

전날 메타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광고 사업이 호조를 보였고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장·단기 계약을 포함해 약 7000억 달러 규모의 미래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AI 투자 확대보다 늘어나는 비용 부담에 주목했고 주가는 이날 8% 급락 마감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은 핵심 클라우드 사업인 AWS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해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AI 서비스 수요 확대에 힘입어 자체 AI 칩 사업의 연매출도 250억 달러를 넘어섰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 안팎 상승했다.

'수익화 가속' 하이퍼스케일러, AI 인프라 투자확대 지속

AI 투자의 수익화를 가속하는 빅테크들이 이에 맞춰 AI 인프라 투자 확대 속도 역시 늦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MS는 분기 자본지출(CAPEX)을 전년대비 69% 늘렸고, 내년에도 높은 투자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150억 달러 상향했고, 메타도 올해 자본지출 계획 하단을 50억 달러 상향했다.

올해 구글·아마존·MS·메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7000억 달러 이상, 내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투자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총 5조 3010억 달러(약 7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AI 자본지출 확대로 돈줄이 말라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되고, 메타는 전년대비 91%나 급감하는 등 AI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은 여전히 과제다.

호실적에도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AI 투자가 빠르게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 MS와 아마존에는 매수세가 몰린 반면, 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부각된 메타와 AI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는 애플에는 상대적으로 냉정한 평가가 내려졌다.

빅테크 실적 마무리에 반도체주 반등…필반지수 8%↑

최근 AI 투자 회의론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반도체주는 이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급반등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 넘게 뛰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마이크론은 18.3%, 램리서치는 17.9%,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15.0%, AMD는 13.3%, 마벨 테크놀로지는 13.2%, 인텔은 10.9% 각각 상승했다. SK하이닉스 ADR도 17.3% 급등하며 공모가(149달러)를 약 13% 웃도는 168.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최근 조정의 충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급등에도 7월 들어서는 여전히 21% 하락한 상태로, 월간 기준으로는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연초 이후로는 약 60% 이상 상승하며 여전히 S&P500을 크게 웃도는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반등을 AI 강세장의 재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신중론도 남아 있다. 울리케 호프만-부르샤르디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성장 스토리에는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특정 AI 종목에 대한 쏠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방어적인 기술주를 포함해 투자 대상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