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매파적 금리동결…워시 "인플레 2% 목표 의심 마라"(종합)

9대3 표결로 5연속 3.5~3.75% 유지…3명은 0.25%P 인상 의견
AI발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 주시…"시장금리 상승이 이미 긴축"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2026.7.29 ⓒ 로이터=뉴스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지만 시장은 이번 회의를 '매파적 동결(hawkish hold)'로 받아들였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물가안정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와 로직칩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확산하는지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 5월 워시 의장 취임 이후 두 차례 연속 동결이자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유지 결정이다.

지난달처럼 만장일치의 동결은 아니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 결과는 9대3으로 집계됐다.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은 지난 6월과 거의 동일했다. 연준은 경제가 "견조한(solid)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자본투자와 생산성이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물가는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동결이 연준의 소극적인 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의 AI 설비투자(CAPEX) 확대가 메모리와 로직칩, AI 인프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러한 가격 상승이 특정 산업에 그칠지, 아니면 경제 전반의 물가 압력으로 확산할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급 충격을 단순히 '일시적'으로 치부하지 않고 파급 효과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일부 가계와 기업,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5년간의 높은 물가 때문에 연준의 암묵적인 물가 목표가 2%보다 높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연준에는 '느슨한(soft)' 물가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책무 아래에서는 암묵적인 물가 목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물가안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인플레 높으면 긴축"…9월 인상 가능성 열어둬

워시 의장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한층 매파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는 "노동시장이 대체로 균형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면 중앙은행은 정책을 긴축하는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며 "반대로 물가가 안정되고 기조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 그것이 나의 반응 함수(reaction function)"라고 설명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전망 기간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금리는 충분히 해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곧바로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금리가 이미 상당폭 상승하며 긴축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우리가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를 일부 축소하면서 시장이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며 "국채 수익률 곡선 전반에서 명목금리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워드가이던스를 줄인 이유에 대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자유롭게 형성한 가격에서 왜곡되지 않은 시장의 신호를 직접 듣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 가격은 정책 결정에 중요한 정보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연준이 직접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장금리 상승이 금융여건을 긴축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트럼프 "워시는 뛰어난 인물"…채권시장은 인플레 우려 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시 의장에 대해 "그는 뛰어난(brilliant) 사람"이라며 공개적으로 신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도 금리가 더 낮아지길 원하겠지만 정치적인 이사회가 금리를 높게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워시 의장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단기 국채금리는 하락했지만 장기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특히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시장이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을 여전히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의 핵심 변화로 3명의 금리 인상 소수의견과 워시 의장의 매파적 메시지를 꼽았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워시 의장의 진정한 신뢰도 시험대는 7월이 아니라 9월"이라며 "올여름 인플레이션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신뢰를 지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크리스 럽키 FWDBOND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연준은 채권시장이 보내는 인플레이션 위험 신호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채권시장은 답을 원하지만 연준은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9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60% 이상 반영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