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인텔 실적에 쏠린 월가…조정받은 AI 랠리 시험대[월가프리뷰]

알파벳 AI 투자계획 축소 여부 주목…필라 반도체지수 고점 대비 20%↓
S&P500 2분기 이익 26% 증가 전망…이란 전쟁·연준 금리인상 변수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번 주 미국 뉴욕증시는 알파벳과 인텔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계속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다.

최근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약세장에 진입한 상황에서 알파벳의 AI 투자계획과 인텔의 실적 전망이 시장 전반의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알파벳의 AI 투자계획이 반도체 조정을 진정시킬지, 아니면 AI 랠리의 피로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지를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증시 변동성을 키울 변수다.

이번주 뉴욕 증시에서는 알파벳과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테슬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방산업체 RTX 등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80곳 이상이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P500지수는 지난 17일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주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약 9% 올랐고, 6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불과 2% 낮은 수준이다.

주가를 떠받친 핵심 동력은 기업 이익이다. 금융정보업체 LSEG IBES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6% 급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마이클 애론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각종 뉴스가 불안을 키우는데도 시장이 계속 고점을 향하는 이유를 투자자들이 궁금해한다"며 "경제 펀더멘털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기업 실적이 계속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파벳 AI 지출 줄이면 반도체까지 충격

가장 큰 관심은 22일 발표되는 알파벳의 실적과 투자계획에 쏠린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시가총액 4조2000억달러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가치가 큰 기업이다.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끈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하나로, 실적 결과에 따라 주요 주가지수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알파벳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매년 수백억달러를 투입하는 대표적인 하이퍼스케일러다. 이 같은 대규모 AI 자본지출은 올해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의 급등을 이끈 핵심 배경이었다.

케빈 만 헤니언앤드월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알파벳이 AI 관련 지출 전망을 조금이라도 축소한다면 AI 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알파벳이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릴지, 아니면 막대한 지출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이유로 투자 속도를 조절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지수 약세장…인텔 올해 160% 급등

인텔과 TI의 실적도 중요하다. 반도체주는 올해 폭등했지만 최근에는 고평가 우려와 차익실현 매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6월 말 사상 최고치에서 20% 넘게 떨어져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고점보다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반도체지수는 올해 들어 여전히 60% 넘게 상승했다. 인텔 주가는 올해 160% 이상 뛰었고 TI도 약 60%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강한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 반응이 미지근했던 점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장 기대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반도체주 랠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됐는지, AI 수요가 현재 주가를 정당화할 만큼 계속 확대될 수 있을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주가 주요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만큼 이들 종목의 급등락은 증시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이 상승과 하락을 모두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론 전략가는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들이 상승장에서뿐 아니라 하락장에서도 움직임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아멕스도 실적…이란 전쟁·연준 주목

테슬라도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다.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와 가격, 로보택시와 AI 투자계획 등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필립모리스, RTX 등도 실적을 내놓는다. 앞서 미국 대형 은행들은 인수합병 자문 수수료와 거래 수익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어닝시즌의 출발을 알렸다.

다만 기업 실적 외에도 중동 정세가 시장을 흔들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5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은 유가 급등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원유 가격이 전쟁 초기 수준까지 다시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할 수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유가 상승은 특히 민감한 변수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물가를 잡기 위해 향후 수개월 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지난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이달 회의에서 즉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에릭 쿠비 노스스타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CIO는 "최근 거시경제 지표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물가 압력은 일부 개선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